망치로 두들겨 4개월에 걸쳐 손으로 제작
[인사이트] 김유진 기자 =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시발(始發)'이다.
얼핏 들으면 '욕'처럼 느껴지는 '시발'이라는 이름에는 한자로 '자동차 생산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1955년 8월 출시된 시발자동차는 국제차량제작주식회사의 창업자인 최무성 등 3형제가 6·25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미군들이 버리고 간 지프의 잔해를 모아서 만들었다.
시발자동차의 주요 부품은 미군 지프 차량에서 가져오고 실린더 헤드 등 엔진 부품은 한국 기술자가 손수 만든 '수제(手製)' 지프형 차량으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시발자동차의 차체는 드럼통을 펴서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만들어졌다. 이러한 제작 방식 때문에 시발자동차는 한 대를 완성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시발자동차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55년 10월 열린 광복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최우수 상품과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도 이 자동차에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상공부 장관에게 매주 시발자동차의 제조와 판매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시발 세단', '시발 택시', '시발 트럭'…다양한 차종 출시
특히 시발자동차는 영업용 택시로 인기가 높아 전국을 누비는 자동차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기세를 몰아 1958년에는 6기통 엔진을 장착한 9인승 '시발 세단'이 출시됐으며 이후에는 버스와 트럭, 트랙터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발'은 처음 출시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다.
정부 보조금 중단과 일본산 승용차 수입 허용이 맞물리면서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고 결국 1963년 5월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현재 시발자동차는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옛날 모습 그대로는 볼 수 없지만 서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에서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한 모델을 볼 수 있다.
시발자동차는 전쟁의 아픔 속에서 탄생한 첫 국산차라는 점과 수제 차량임에도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3천여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자동차 역사에 큰 의미를 남겼다.
최근 시발자동차를 중요과학기술자료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과학문화재'로 등록한다고 알려져 국내에서 생산한 첫 번째 자동차라는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편 국내 1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는 1967년 12월에 설립돼 1976년 국내 최초 자체 모델인 '포니'를 생산, 국내 자동차 역사의 첫 장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