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청년들의 '최애' 양주였던 추억의 '캪틴큐'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왕년에 술 좀 마셨다는 '주당'들 사이에서 다시 마시고 싶은 술로 꼽히는 '양주'가 있다. 바로 롯데주류의 '캪틴큐'다.
지난 1980년 출시된 롯데주류의 '캪틴큐'는 위스키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럼(rum)' 원액을 섞은 술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는 '양주'라면 모두 귀한 대접을 받던 시기. '캪틴큐'는 정통 위스키는 아니나 럼의 향이 나면서도 알코올을 가득 넣은 '대중 양주'로 등장했다.
40%의 도수에 정통 위스키가 아닌 탓에 주당이라 하더라도 '캪틴큐'를 마신 다음 날은 지독한 숙취로 일어나질 못했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캪틴큐'는 저렴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0mL의 작은 사이즈로 휴대하기 편한 것도 장점인데다가 한 병에 3천원이라는 양주치고 놀랍게도 저렴한 가격으로 청춘들의 마음을 휩쓸었다.
귀하고 비싸서 못 먹던 양주의 로망을 완벽히 이뤄준 술이었던 셈. 쌉싸름하면서도 바닐라향이 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술로도 유명하다.
'캪틴큐'는 출시 5개월 만에 경쟁 회사들의 출고 실적을 넘어 국내 양주시장을 석권했다. 출시 당해 1천만병이 넘는 '캪틴큐'가 팔렸다.
그 해 전체 양주 시장에서 '캪틴큐'의 출고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가짜 양주에 '악용'되자 '캪틴큐' 단종 결정한 롯데주류
롯데주류 관계자에 따르면 '캪틴큐'는 연간 5억원 정도의 꾸준한 수익을 냈다. 무려 2015년까지 30년이 넘는 긴 시간 주당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가짜 양주를 만드는 업체들에 '악용'되면서 문제가 됐다.
당시 유흥업소 등에서 가짜 양주를 만드는 데 사용된 사례들이 적발되면서 '캪틴큐'의 이미지도 '가짜 술 제조 용도'로 퇴색됐다.
실제로는 '캪틴큐'로 가짜 양주를 만드는 수법이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경우는 마시다 남은 술을 전부 섞어 다시 병의 채우는 방법으로 가짜 양주를 제조했다.
하지만 언론에 '캪틴큐'를 악용한 가짜 양주 제조 수법이 알려지면서, 롯데주류는 국민 건강을 해치고 지하경제의 배만 불린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에 롯데주류는 아예 '캪틴큐'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자꾸만 가짜 양주 사건에 제품이 거론되는 탓에 '싸구려' 이미지가 타 제품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
그렇게 2015년 말, 35년만에 롯데주류가 '캪틴큐'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캪틴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동안 술을 사랑하는 콜렉터들이 '캪틴큐'를 구하러 다녔다는 후문. 지금도 끝물에 생산된 '캪틴큐'를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작은 슈퍼에서 찾았다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추억의 술'로서 주당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재출시를 바라고 있기도 하지만, 롯데주류는 다시 재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위스키 시장에 이미 가성비 좋은 제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재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