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제약업계서 무시당하는 '광동제약'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2020년까지 회사를 '휴먼 헬스케어' 브랜드 기업으로 육성하겠다!"
지난 2013년 광동제약이 창립된 지 50년이 되던 해 최성원 부회장은 창립 기념식에서 '2020 트리플 1 비전'을 목표로 세웠다.
2020년까지 기업가치 1조원, 매출 1조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광동제약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제약 업계 "광동제약은 무늬만 제약사…최성원 부회장은 '물사장'"
제약 업계에서 광동제약은 '무늬만 제약사', 최 부회장은 '물사장'으로 통한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올해 3분기 매출액 5,306억원을 올렸지만, 연구개발비로는 53억원을 지출했다.
광동제약이 1조원 클럽을 눈앞에 두게 된 비결은 단기간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물장사'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신약과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옥수수 수염차'와 같은 비의약품에만 집중하고 있어 제약사들 사이에선 '음료수 회사'로 통하는 게 '웃픈' 현실이다.
물론 제약사마다 사업전략은 다르겠지만 동종 업계에서 매출 1조원대인 유한양행이나 GC녹십자는 연간 1,000억원가량의 비용은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유통 사업에 주력…美·中 시장에 도전장 내민 최성원 부회장
대웅제약이나 종근당, 동아ST도 마찬가지로 전체 매출의 10% 넘나드는 비용을 R&D에 쏟는다.
반면 광동제약은 R&D보다 '유통 사업'에 투자하기 바쁘다. 지난 2015년 광동제약은 미국에 현지법인 'Kwangdong USA'를 설립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의 매출을 증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사용된 자본금만 총 200만달러(한화 약 24억원) 수준이다.
더불어 20만달러(한화 약 2억원)을 출자해 중국 지린성 투먼시에는 판매법인인 '광동실업연변유한공사'를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사업 다각화', '내실 경영'을 통해 매출 1조원대를 이루겠다는 최 부회장의 발표에 제약 업계 관계자들이 "광동제약은 식음료 업체다"며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지난 12일 가정간편식(HMR) 브랜드인 '광동약선'을 선보였다.
광동약선이 선보인 제품은 '돼지감자 우린 짜글이', '연잎우린 약콩 들깨탕', '헛개황태 해장국', '쌍화 갈비탕', '옥수수수염 우린 우렁 된장찌개' 등 총 5종이다. 이쯤되면 제약업계에서 광동제약을 식음료 회사라고 조롱하는 것도 과언은 아닌듯 싶다.
광동제약, '의약품 사업'에 조금씩 눈 돌리지만 여전히 지적받아
광동제약은 올해 3월 지난해 인수한 '솔표' 상표권을 활용해 그동안 국내 생산이 중단됐던 조선무약의 액상 소화제 '솔표 위청수 에프'를 재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일에는 한국먼디파마와 인후염, 질염 등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약을 공동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약 업계에서는 여전히 광동제약이 상당한 매출을 음료 사업으로 견인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경옥고', '우황청심원', '광동쌍화탕' 등 한뱡의약품을 중심으로 회사의 기반을 다진 아버지 고(故) 최수부 회장과는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아들, 최 부회장.
매출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보이는 그가 계속해서 의약품 사업 비중을 늘려 제약사의 명성을 되찾을지 아니면 예전처럼 식음료 사업에만 투자해 '물장사' 꼬리표를 달고 다닐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