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알고보면 수백만명 덕후 거느린 라면 업계 터줏대감 농심 안성탕면

(좌) 신춘호 농심 회장, (우) 농심 안성탕면 / 사진 제공 = 농심, Instagram 'nongshim'


출시 35년 맞은 농심 안성탕면의 저력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수많은 덕후를 거느리며 35년간 우리 속을 든든하게 지켜온 라면이 있다. 바로 신춘호 회장이 이끄는 농심의 안성탕면이다.


'내 입에 안성맞춤'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등장한 안성탕면은 농심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게 만든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당시 농심은 삼양식품에 뒤를 잇는 라면 업계 후발주자였다. 80%의 점유율로 20여 년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삼양라면을 제칠 수 있었던 것도 안성탕면 덕분이었다. 안성탕면은 1983년 출시 직후 폭풍적 인기를 끌었다. 


안성탕면의 출시를 위해 농심은 앞서 1982년 안성수프전문공장을 설립했다. 목표는 '우거지장국' 맛의 재현이었다.


1986년 안성탕면 TV광고 / Youtube '농심기획(NongShim Communications)'


안성탕면이 '안성'탕면이 된 이유도 사실 우(牛)시장이 유명한 안성 지역 안성공장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후문.


당시 '면'을 강조했던 삼양과 달리 농심은 '스프'에 노력을 쏟았고, 그에 맞게 안성탕면은 쇠고기국처럼 개운하면서도 얼큰한 '탕' 같은 느낌으로 탄생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깊은 국물맛과 얇은 면발은 단번에 소비자들을 저격했다. 출시 다음 해인 1984년 안성탕면은 매출 200억을 넘어섰다.


출시 1년 6개월만인 1985년에는 이와 같은 안성탕면의 인기에 힘입어 농심이 라면 시장 점유율 40.4% 기록,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1992년 농심 안성탕면 TV광고 / Youtube '농심기획(NongShim Communications)'


1위 올라서며 소비자들의 눈에 '콕' 들어온 안성탕면


이어 1987년 안성탕면의 매출은 442억원을 기록하며 1990년까지 4년간 쭉 전체 라면 브랜드 중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찼다.


현재도 안성탕면의 '덕후'들이 곳곳에서 출몰할 정도로 안성탕면은 농심의 숨어있는 '스테디셀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안성탕면의 누적 판매량은 150억개. 매출은 3조 5천억원을 달성했으며 연간 1천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누적 판매량이 150억개를 넘어선 제품은 신라면과 안성탕면 딱 두 가지다.


농심 안성탕면 / Youtube 'nongshimPR'


특히 안성탕면이 '잘 나가는' 지역도 있다. 경상남도에서는 안성탕면이 부동의 인기라면이다.


경상남도 출신인 강호동도 tvN '신서유기'를 통해 안성탕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것처럼, 경상도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안성탕면이 유독 경상도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경상도에 전통적으로 콩을 이용한 음식문화가 발달해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된장' 맛이 나는 안성탕면이 경상도 사람들의 입맛에도 딱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농심 쫄병스낵 안성탕면맛 (오른쪽) / 사진 제공 = 농심


또한, 안성탕면은 타제품보다는 얇은 면이 특징인만큼 생라면으로 과자처럼 부셔 먹기 가장 좋은 제품으로 알려졌다.


굵은 면발보다 가는 면발이 먹기에도 편하고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라는 평. 기본적으로 면에서 나는 마늘 향과 결대로 쪼개지는 사각형 면도 스낵 활용도에 한몫했다.


끓여 먹는 라면이 의외로 '스낵'으로서 최강자를 달리자 농심은 이를 적극 반영한 '쫄병스낵 안성탕면 맛'을 선보이기도 했다.


농심 해물안성탕면 / Instagram 'nongshim'


이처럼 꾸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춰 안성탕면의 맛도 조금씩 리뉴얼해왔다.


최근에는 된장과 해물을 섞은 '해물안성탕면'을 출시했다. 매운맛 위주의 해물라면 시장에서 된장 베이스로 등장한 해물라면은 차별화된 맛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초반부터 호평이 이어지며 출시 두 달 만에 2,100만개가 판매됐다. 이에 농심은 해물안성탕면의 용기형 제품을 내놓으며 간편함까지 노렸다.


소비자들의 사랑을 얻고 있는 안성탕면이 앞으로 또 어떤 변화로 우리 입맛을 사로잡을지 기대되는 바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