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거 '이름' 한번 좋다!"…개명하고 더욱더 승승장구하는 국내 기업 5곳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박찬하 기자 chanha@


기업 전체를 뒤흔드는 '사명'…바꿔서 대박


[인사이트] 윤혜연 기자 = 사명(社名), 기업의 이름이다. 사람이 이름을 바꾸는 '개명'을 하듯 기업도 사명을 바꾸곤 한다.


타 기업 인수·합병, 회사 이미지 개선 등 이유는 다양하다. 사명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실적과 주가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사명을 바꾸고 '승승장구' 중인 기업들이 있다. 바꾼 이름이 이미 익숙한 곳도 있을 것이며, 아직은 생소한 기업이 있을 것이다.


사명을 바꾼 뒤 인생역전이라도 한 듯 승승장구하며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1. LG패션 → LF


(좌) 구본걸 LF 회장 / 뉴스1, (우) 사진 제공 = LF


구본걸 회장이 이끌고 있는 'LG패션'은 2014년 'LF'로 사명을 바꿨다.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의식주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생활문화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했다.


구본걸 회장이 2004년 부사장을 맡으면서 LG상사 패션사업 부문은 승승장구, 2006년 분사에 성공했다.


이후 LG패션은 매출 1조원을 넘는 등 성장을 멈추지 않았으며, 2007년 결국 자회사 LF푸드를 설립해 식품 시장 진출했다. 2012년에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패션 브랜드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LF 공식 홈페이지


LG패션은 2012년 구본걸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고 2014년 'LF'로 사명이 변경된다. 'Life in Future'의 약자로,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의미다.


이후 LF는 외식업, 뷰티사업 등 '탈 패션'으로 사업 다각화 전략에 열중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부동산 신탁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LF는 올해 상반기 패션 부문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1.64% 증가한 것에 비해 기타 영업 부문은 148.66%가 오르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


2. 태평양화학공업사 → 아모레퍼시픽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대성하고자 한글 사명에서 외래어 사명으로 바꾼 대표적인 경우다.


1945년 설립된 '태평양화학공업사'는 '태평양'이라는 사명 하에 '태평양증권', '태평양물산', '태평양패션' 등 많은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70~80년대 호황을 누리며 사업 분야는 점차 확대됐으나 이후 본업인 화장품 외 다른 분야 사업에서 적자가 났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에 2006년 태평양은 국제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글 사명의 영문 버전인 '아모레퍼시픽'을 뷰티사업 신설 자회사로 출범, 2011년에는 지주사인 태평양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바뀌었다.


'아모레퍼시픽'은 1964년 자사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와 태평양을 뜻하는 '퍼시픽'을 합친 단어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에 5만원대였던 주가가 2015~2016년 40만원대로 뛰었으며, 2003년 7% 남짓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이 2015년에는 40%에 육박하게 되었다.


3.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 → 다음카카오 → 카카오


카카오


1995년에 설립된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포털 사이트였다. 1997년 무료 웹 메일 서비스를 시작해 대박을 터트렸으며, 이후 검색 엔진 서비스와 뉴스 서비스 등을 시행했다.


다음은 2000년대 들어서 경쟁사 네이버에 밀렸으나 2014년 큰 변화를 맞는다. 바로 국내 최대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와의 합병이다.


합병 후 사명은 '다음카카오'로 변경됐다. 그러나 2015년 9월 사명은 또 한 번 '카카오'로 바뀌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카카오의 핵심 무기가 결국 생활 밀착형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카카오는 다음 뮤직, 키즈짱 등 다음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으며, '김기사'와 '서울버스' 등 이용객이 많은 모바일 콘텐츠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이로써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품고 카카오T,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등 교통·콘텐츠·금융 등 다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영향력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4. 극동제약 → 녹십자홀딩스 → GC


2018 시무식 / GC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로 출발한 해당 기업은 '극동제약', '녹십자' 등으로 사명을 바꿨고, 가장 최근 이름은 2004년 '녹십자홀딩스'였다.


녹십자홀딩스는 올해부터 'GC'로 또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GC는 기존 '녹십자(Green Cross)'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것으로, 과거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사명 변경한 올해, GC의 이 목표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곧 GC의 글로벌 사업 성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한 것.


GC는 지난해 10월 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의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했으며, 지난달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 큐레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대상포진 백신의 임상 1상을 받았다.


앞으로 북미 사업 등을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5. ING생명 → 오렌지라이프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중형 생명보험사 'ING생명'은 지난 9월 3일 20년 만에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했다.


1987년 '조지아생명' 한국지사로 설립돼 1999년부터 ING생명을 사용해온 해당 기업은 지난 2014년 1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ING그룹과 5년간 체결한 브랜드 사용 계약이 올해 12월 만료돼 사명 변경이 불가피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오렌지라이프는 ING생명의 브랜드 색상이었던 '오렌지'에 생명보험사를 의미하는 '라이프'를 합친 이름이다.


사명 변경 이틀 뒤인 지난 9월 5일 오렌지라이프는 신한금융에 인수가 확정됐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202억원에 달할 만큼 기존에도 우량 보험사로 평가됐으나 신한금융에 흡수되며 더욱더 세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