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 살리기 위한 소주사업 천재 인사 영입한 신세계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소주 천재' 우창균 대표를 신규 선임하며 '야심작'으로 내놓았던 소주 '푸른밤' 등 주류 사업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지난달 30일 자로 단행된 신세계그룹의 2019 정기 임원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출신인 우창균 제주소주 겸 신세계L&B 신임 대표다.
우창균 신임 대표는 1986년 두산그룹의 동양 맥주에서부터 오비맥주, 2002년 두산 주류부문, 2009년 롯데주류까지 거치며 30년 넘게 주류회사에만 몸담아온 주류 전문가다.
우 대표는 이번 신세계그룹의 9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신세계그룹이 우 대표를 영입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주류사업 부진'이 우 대표를 영입한 결정적 계기라는 해석을 내놓는 상황.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08년 와인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세계L&B를 설립했다. 이는 '애주가'로 유명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술 사랑'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약 20~40%가량의 와인값 인하를 이루면서 2009년 52억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5년에는 426억까지 급성장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665억원으로 와인업계 1위로 도약했다.
그러나 신세계L&B '1위' 뒷배경에는 사실 내부거래의 힘이 컸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부진한 주류 사업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정용진 부회장의 '빅 픽쳐'
지난 2014년 신세계L&B 전체 매출액의 90.91%(315억원)는 신세계와 조선호텔, 신세계푸드 등의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그 후 CEO스코어가 분석한 신세계L&B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의 내부거래 비율은 64.67%에 달한다. 매년 내부거래 비율은 줄고 있지만, 내부거래 비율이 여전히 50%를 상회하는 것.
이와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업계에서는 신세계L&B의 와인사업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이마트24 등 신세계 계열 유통점들이 지원해준 덕분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매출액 상승에 비해 신세계L&B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억 7천만원에서 4억 9천만원으로 감소하며 수익성 개선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제주소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라고 불리는 제주소주의 '푸른밤'은 출시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소주는 정용진 부회장의 주도로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가 인수한 주류업체다.
지난 2017년 9월 이마트가 출시한 소주 '푸른밤'은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유통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메리트에도 시장점유율 0.2%에 못 미쳤다.
올해 상반기 제주소주의 매출도 약 21억원으로 5,128억원인 하이트진로와 1,640억원인 롯데주류와 큰 차이를 보였다.
영업 손실의 경우 2016년 19억원에서 지난 2017년 59억원으로 증가, 당기순손실은 같은 기간 23억원에서 65억원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선임한 우창균 대표는 부진한 주류 사업을 살리기 위한 '희망'과도 같은 인물이라는 시선이다.
특히 우창균 대표는 두산에 있을 당시 업계 6위에 머물렀던 소주 '처음처럼'을 2위로 도약하는 데 큰 공헌을 했고, 롯데주류로 옮긴 이후로는 '처음처럼'의 점유율 상승에 매진했다고 전해진다.
롯데주류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맡아 출시 초반 폭풍적 인기를 끌었던 '클라우드'의 기획에도 참여한 진정한 '소주 사업'의 인재다.
'치트키'를 영입하며 주류 사업의 승승장구를 꿈꾸는 정용진 부회장의 '빅 픽쳐'가 실현될 수 있을지 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