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이재용의 삼성전자가 '21조' 가치 자사주 전격 소각하기로 한 숨은 이유

(좌) 삼성전자, (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 고대현기자, 뉴스1


자사주 소각해 주주가치 반등 꾀하는 삼성전자

지난해 발표했던 자사주 전량 소각 약속 이행한 행보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삼성전자가 21조원 가치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안에 내재된 이유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자사주 약 21조 5,400억원어치(지난 29일 종가 기준)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보통주 4억 4,954만 2,150주(현 발행 주식의 7%)와 우선주 8,074만 2,300주(9%)로, 총 5억 3천만에 이르는 자기주식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지난 2017년 4월 27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798만 1,686주, 우선주 322만 9,693주 등 시가 45조원에 달하는 자사주(13.3%)를 분할 소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행 주식 수를 대폭 줄여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을 노린 결정. 자기주식을 소각하면 전체 자본금에는 변동이 없으나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BVPS) 등 주당 가치가 상승한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으로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을 결정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50%를 우선 소각했다. 이번 21조원 가량의 자사주 소각은 나머지 50%의 처분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임경호 기자 kyungho@


자사주 추가 소각에도 당일 주가 상승 없어…소각 시점부터 반등 기대


하지만 자사주 소각 소식에도 지난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만 1,850원으로 거래되며 전일 대비 1,300원(3.01%) 하락했다.


장중 자사주 추가 소각 결정에 2%가량 급등세를 보였지만,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패했다는 소식이 등장하자 다시 주가가 내려갔다.


최근 반도체 역성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주가 상승이 미미했던 이유로 꼽힌다.


세계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의 내년 매출은 전년 대비 0.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gettyimagesBank


게다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각도 이미 예고된 사안이라 주가에 큰 변화를 주기 어려웠다는 분석. 


그러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시점부터는 주가 반등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니라는 시선이다. 자사주를 소각할 비용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서 수익률을 올리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각 결정은 자사주로 오너 일가의 지배 구조를 강화하려 한다는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성장과 실적만으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이 작용했다는 의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뉴스1


또한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슈 등 하락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배당을 대폭 늘려 2020년까지 총 28조 8천억원을 배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277만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매입하려는 주식은 주식 발행 총수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213만 6,681주와 우선주 63만 2,707주로, 지난 4~7월 자사주 소각을 위해 발행 주식 1%를 매입한 이후 4개월 만이다.


현대차는 매입 결정에 대해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안정화 의지를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