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자신의 보수를 축소·허위 기재한 혐의로 일본 검찰에 전격 체포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
존경 받는 회장에서 탐욕의 상징으로 추락한 그의 소식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큰 충격을 줬고, 세계 2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자신의 보수를 축소·허위 기재한 혐의로 체포된 카를로스 곤 전 회장
그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한 인물'이 재조명되고 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인물은 바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으로, 그는 지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정몽구 회장
당시 정 회장은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7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고 이에 대해 1심 재판부(2007년 2월)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정 회장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 2007년 9월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함께 준법 경영을 주제로 한 강연, 신문 기고 등의 사회봉사활동을 명령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문 기고 등 법원의 이례적인 형태의 사회봉사활동 명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2008년 4월 진행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기고와 강연, 사재 출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봉사활동 명령은 위법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같은 해 6월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정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자연 및 환경 보호 활동, 복지 시설에서의 활동, 봉사활동 등을 위주로 30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명령받았다.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70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선고
이처럼 회삿돈을 개인 돈인양 빼돌리고 주무르는 '중죄'를 저지른 정 회장은 비판 여론이 들끓었음에도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해 8월 15일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당시 그를 특별 사면해 준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특별 사면의 이유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정 회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을 키운, 그리고 현대·기아자동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이란 범죄로 인해 '비리 재벌 총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조명되고 있다. 돈을 향한 '탐욕'을 버리지 못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인생의 오점을 남기게 된 셈이다.
한편 곤 전 회장은 2011~2015년 유가 증권 보고서에 5년 간의 연봉 50억엔을 축소 신고한 혐의(금융상품거래법 위반) 등으로 지난 19일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곤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임원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된 2010년 3월 결산 때부터 그간 연간 20억엔에 달했던 연봉 가운데 10억엔분을 퇴임 후에 받기로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허위 신고 의혹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