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하루 지나면 바뀌고, 달력이 바뀌기 무섭게 또 변하는 것이 현대 사회다.
미래를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현재를 진단하고 과거를 되새긴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이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중심으로 김난도 교수가 소비 트렌드 분석가들과 10년 넘게 하고 있는 일도 바로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내년 소비트렌드를 분석한 김난도 사단은 10가지로 다가올 2019년을 진단했다.
다가오는 새해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파도를 타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트렌드 코리아 2019'로 알아보자.
하나. 'P'lay the Concept: 컨셉을 연출하라
"무엇을 하든 '갬성'이 있어야 먹힐 것이다!"
전 세계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기술'로만 승부한다면 신제품 출시 몇달 만에 기술을 간파당하고 만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기업은 이제 컨셉으로 승부해야 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상품, 서비스, 공간에 흘러 넘치는 직관적인 '갬성'이 필요하다.
김난도 사단은 "마케팅하지 말고 컨셉팅하라"며 확실한 취향을 밝혔다.
둘. 'I'nvite to the 'Cell Market': 세포마켓
"대도서관도 유튜브 초창기에는 N잡러였다!"
취업도 어렵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버티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불안한 세태에 맞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직업을 수행하는 'N잡러'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 또한 방송에 출연해 수입이 안정되기 전까지 회사에 다니며 일과 병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비대면 결제수단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통하는 유통의 증가로 가능한 세계다.
때문에 생산이나 유통 활동의 진입 장벽 낮아져 직접 판매를 하는 소비자 즉 '셀슈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통 세분화로 형성되는 세포 단위의 시장을 '세포마켓'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 채널을 이용한 1인 미디어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증가하며 이 세계에도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고 있다.
셋. 'G'oing New-tro: 요즘옛날, 뉴트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사랑받는 이유는 뉴트로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록 그룹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9일 관객수 50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퀸에 열광했던 30대 이상이 아니라 10~20대의 열광을 얻었기 때문이다.
1020세대가 퀸의 이야기에 열광한 것은 옛 것에서 느끼는 신선함, 즉 '뉴트로(New-tro)'를 보았기 때문이다.
김난도 사단은 경기가 안 좋을 때 일수록 과거가 미화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카페, 옷가게 등을 중심으로 번지는 이러한 현상이 곧 온라인으로도 번질 것으로 예상했다.
넷. 'G'reen Survival: 필환경시대
"미국이 '도쿄의정서'에서 탈퇴해도 미국 기업은 환경 보호 상품 만들기에 골몰한다!"
지난해 12월 NHK는 스페셜 다큐멘터리로 '격변하는 세계 비즈니스 '탈탄소혁명'의 충격'을 방송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친환경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세계 각국 기업들의 고군분투도 나왔다.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의 기업인들은 자국 정상들이 잇따라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전 세계적 합의인 '교토의정서'에 대해서 말했다.
그들은 정상들이 전 세계적인 흐름과 멀어지는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환경은 절대적인 선택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난도 사단은 국내에서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환경지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섯. 'Y'ou Are My Proxy Emotion: 감정대리인
"저 너무 속상합니다. 대신 울어주세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 정보의 과잉과 가짜뉴스 속에 사는 결정장애 세대.
어릴 적부터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게 지내며 사람과 관계 맺기 힘들어 하는 디지털 원주민들이 감정도 대리인에게 맡겼다.
욕, 연애, 명풍 쇼핑 등 종류도 다양하다.
기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기 위해 '베댓(베스트댓글)'을 먼저 확인한다.
이러한 현대인의 약해진 감정 근육을 키우기 위해 김난도 사단은 '액자형 관찰예능'인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 '하트 시그널' 등이 뜬다고 말했다.
또한 베스트셀러 도서 '죽고 싶지만 떡복이는 먹고 싶어' 또한 복잡한 감정을 대신 풀어 준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 책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에 맞설 것을 권유한다.
여섯. 'D'ata Intelligence: 데이터 인텔리전스
"이제 알파고가 일상으로 들어온 생활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에서 데이터 인텔리전스(DI)로 의사 결정의 패러다임이 다시 한번 진화한다.
알고리즘 분석 기술의 결합, 클라우드 컴퓨팅, 안면인식 등 데이터 식별 기술이 통합된 것을 말한다.
이제 기계가 단순히 기술을 전하는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정보를 지식으로 지혜를 향상 시킬 수 있는 통찰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 말한다.
책 속에서는 데이터를 '새로운 원유'라고까지 표현한다.
고객의 구매 이력, 행동 이력, 시청 데이터, 음성 데이터, 이미지 데이터,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고해 기업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곱. 'R'ebirth of Space: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하나의 점포가 카페, 책방, 전시회장으로 카멜레온처럼 바뀐다!"
하나의 공간을 요일, 시간에 따라 사용자를 다르게 이용하는 '카멜레존'이 늘고 있다.
N잡러가 늘고, 주5일제의 확대로 취미를 즐기려는 사람도 늘어났다.
특정 공간이 컨셉 변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김난도 사단은 온라인 만능 시대를 언급하며 마음 맞는 사람들을 따로 모을 수 있는 곳이 각광받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는 월마트, 아마존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여덟. 'E'merging '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가족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뜬다!"
2012년 1조원 미만이던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2018년에는 라면을 제외하고 약 4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 시장을 이끈 것은 바로 '주부'다. 저렴하고 맛도 좋은 HMR 푸드를 이용해 가족들을 위한 밥상을 차린다.
더불어 가사 일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신종 기기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남은 시간은 휴식을 취하거나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삼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탈며느리, 탈시부모를 선언하며 가부장적인 문화에서도 탈피하는 가족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만들어진 21세기형 '밀레니얼 가족'으로 불리고 있다.
아홉. 'A's Being Myself: 나나랜드
"남 눈치 안 보고 제 기준으로 살겠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타인 지향적이라고 하지만 이제 자기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뻐지기'에 골몰했던 여성들이 탈코르셋을 시도하고 기성세대가 의미 있다고 여겼던 삶에 반기를 드는 무민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한다.
책에서는 지난해 '자존감' 키워드가 '자기존재감'으로 욜로가 '횰로(혼자하는 욜로)'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남성 그루밍족, 덕질 중년 여성 등 지금껏 보지 못한 세대들 또한 속속들이 합류하고 있다.
열. 'M'anners Maketh the Consumer: 매너소비자
"매너 없는 분께 팔 물건은 없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의 소소한 갑질이 늘어나며 근로자들의 보호가 이슈화되고 있다.
김난도 사단은 주 52시간 근무가 양적 변화라면 감정노동으로부터의 보호는 질적변화라고 이야기 한다.
기업이 '내부 소비자'인 직원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
지금까지 고객에 대한 무조건적 친절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소비자 매너와의 균형을 도모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블랙컨슈머 뿐만 아니라 노쇼, 오버투어리즘, 허위-악성 댓글 등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것이라 2019년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