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상승에도 이어지는 농협은행의 '희망퇴직'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농협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나서도 전년과 같이 구조조정에 나서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대훈 행장이 이끄는 농협은행은 올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농협금융지주 전자공시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번 3분기 연결기준 지배기업 지분 당기순이익 9,339억원을 달성했다.
지배기업 지분 당기순이익은 지주사(농협)가 자회사(농협은행)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자회사 순이익 중에서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는 만큼을 차감한 후의 순이익이다.
이에 아직 발표가 나지 않은 농협은행의 3분기 당기순이익 또한 9천억을 훌쩍 넘어섬이 예상되며, 올해 순이익이 가볍게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대훈 행장은 지난 1월 '2018년 경영목표 달성회의'를 열고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로 7,800억원 순이익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임직원들과 함께 주말 워크숍을 여는 등, 주말까지 반납하며 강한 영업 의지를 보인 이 행장의 뜻에 따라 농협은행은 3분기 만에 목표분의 약 20%가량을 초과 달성하는 저력을 보였다.
승승장구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직원 챙기기' 여력은 부족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대훈 행장은 그 이후 33년간 농협에 몸담은 정통 '농협맨'이다.
지역 농협 지점장, 프로젝트금융부장, 경기·서울 영업본부장 등을 맡아 일하면서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잔뼈가 굵은 '영업통'으로 손꼽힌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영업통' 명성에 걸맞게 현재 농협은행은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둠과 동시에 또 다른 목표인 2020년 국내 3대 은행 도약까지도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1조 클럽' 가입을 앞둔 이대훈 행장이 '실적 챙기기'에 바빠 정작 직원들 챙기기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올해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자 접수를 받은 것.
퇴직 인원은 530명이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이 확정된 직원은 내년 1월 1일부로 퇴직 처리 된다.
물론, 희망퇴직 절차는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나 고용 확대를 고민하지 않고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면 결국 제자리를 맴돌 뿐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지난 10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태'를 분석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올해 비정규직 전환율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직원 관리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대훈 행장의 한계
약 3천명에 달한다고 알려진 농협은행의 비정규직 수는 총 임직원의 18% 정도를 차지한다. 4대 금융지주 소속 타 은행들이 평균 5%대인 것에 비하면 무척 높은 수준.
농협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100%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1년 만에 그 비율은 오히려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결국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의 실적 상승으로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직원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실적과 경영 능력, 그리고 직원 복지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아낼 수 있을지 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