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구자열 LS회장이 사촌과 10년씩 돌아가며 '의좋은 형제 경영' 고집하는 속뜻

구자열 LS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LS그룹, LS전선


사촌 간 평화로운 공동 경영 이어가는 LS그룹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LS그룹의 인사 개편에서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이 승진하면서 LS그룹만의 명확하고 안정적인 '사촌 경영' 승계가 눈에 띄고 있다


지난 27일 LS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2019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구자은 LS엠트론 부문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했다.


LS그룹 측 관계자는 "검증된 능력으로 현 조직 체제를 안정시키고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의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구자은 회장은 1964년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90년 LG정유에 입사한 구자은 회장은 이후 LS전선과 LS니꼬(LS-Nikko)동제련 등을 거쳤다.


구자은 LS엠트론 신임 회장 / 사진 제공 = LS그룹, LS엠트론


LG그룹 창업주 故 구인회 명예회장의 조카기도 한 구자은 회장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에 이어 차기 회장 1순위로 거론돼왔다.


특히, 지난 3월 그룹 지주사인 ㈜LS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던 구자은 회장이 이번 정기인사에서 회장직에 오르면서 그룹 총수로의 거리를 한 발 앞당긴 것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LS그룹의 승계 구도가 명확하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LS그룹만의 의좋은 '사촌 형제 경영'에 있다.


오늘날 LS그룹 기반을 세운 사람은 '태평두 삼형제'라고 불리는 故 구인회 명예회장의 셋째, 넷째, 다섯째 동생 故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명예회장이다.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故 구태회 LS 명예회장,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 사진 제공 = LS그룹


아버지 세대에서부터 시작된 LS그룹의 사촌 경영


이들은 15년 전인 지난 2003년 LG그룹으로부터 LS전선, 예스코, 극동도시가스, E1, LS니꼬동제련 등의 지분을 양도받아 LS그룹을 창립했다.


계열 분리 후 LS그룹의 출범 때부터 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은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삼아 그룹을 함께 이끌었다.


이에 따라 그룹의 회장직도 직계가 아닌 사촌들에게 회장직을 승계하는 '사촌 경영 원칙'을 세우며 초대 회장에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올랐다.


10년 후인 지난 2013년,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그 약속을 정확히 지키며 구자열 당시 LS전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좌) 구자열 LS그룹 회장, (우)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 사진 제공 = 뉴스1, LS니꼬동제련


구자열 당시 LS전선 회장은 故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구자홍 회장의 이같은 결정은 사촌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원칙을 이어간 것.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구자홍 회장은 LS그룹의 연수원인 LS미래원 회장으로 이동, 같은해 3월 LS산전 등기이사에 올라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그 후 지난 2014년 별세한 동생 故 구자명 회장의 공백을 채우려 LS니꼬동제련 회장에 복귀했으나, 명확하게 '경영권 쟁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평두 일가는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 지분 또한 나눠 가졌다. 특수관계인 지분 33.43%를 각각 4대 4대 2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 / 뉴스1


돈독한 의리 자랑하는 LS그룹만의 형제 경영


이에 구자열 회장 체제 10년을 맞는 2022년, 구자은 회장이 LS그룹의 총수로 교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구자은 회장은 최근 두 달간 8차례에 걸쳐 LS 지분을 인수하며 3.98%까지 지분율을 높이기도 했다.


재벌가에서 유독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형제의 난'. LS그룹은 '쟁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움을 자랑하고 있다.


태평두 형제의 뜻을 따라 사촌 형제들 간 서로 협의하고 경영을 이끌어 가며 재계 내 '의좋은 형제'라 불리는 LS그룹의 아름다운 경영이 더욱 눈길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