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영원할 것만 같았던 현대자동차그룹의 '호시절'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요즘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 폭락했고, 기아차는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3분기 통상 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충당금 반영으로 적자를 냈던 기저 효과가 반영됐다. 사실상 수익성이 악화된 셈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의 여파로 최근 현대차 주가까지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
이와 함께 현대차는 올 한해 크고 작은 논란거리로도 여러 번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우리를 때로는 분노케, 때로는 황당하게 만들었던 현대차 논란을 한 번 정리해봤다.
1. 에쿠스 화재
지난 8월 9일 현대차 에쿠스 차량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경북 상주시 남성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를 달리던 에쿠스 승용차에서 돌연 불길이 치솟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성 1명이 숨지고 운전자 A(57)씨는 중상을 입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 당국은 대규모 화재 진압 작업을 벌인 끝에 30여분 만에 화재를 진화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에는 스타렉스도 주행 중 화염에 휩싸였다. 운전자 70세 안모 씨는 강릉 주문진에서 피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차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급히 갓길에 주차했다.
이후 곧바로 119에 신고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연이은 현대차 화재 사고는 대중의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2. 선루프 '구두약' 눈가림 논란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 'LF 소나타' 선루프에 자동차 전용 제품 대신 '구두약'으로 칠해진 프레임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협력 업체는 LF 소나타 선루프 프레임 부분에 해당하는 금속 막대에 자동차용 페인트가 아닌 '구두약'을 사용해 검정 칠을 했다.
협력 업체 내부가 찍힌 영상 안에는 도색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구두약이나 검정 스프레이를 뿌려 '눈가림'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자동차 전용 제품이 아닌 눈가림 도구로 손쉽게 도색을 처리할 경우 비에 젖으면 쉽게 상할 수 있다. 이러한 부품이 적어도 올해 초부터 하루 약 300개씩 생산됐다고 전해져 대중의 공분을 샀다.
3. 에바 가루
현대차는 '에바 가루' 논란으로도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투싼과 쏘렌토 등 일부 SUV에서 에어컨을 작동할 시 송풍구에서 백색 가루가 나온 것.
국토교통부는 투싼(TL)과 쏘렌토(UM), 스포티지(QR) 등 3개 차종 39만여대 소유자에게 개별 통지 후 전면적인 점검 및 무상 수리 서비스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해당 차량들의 차주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에바가루와 관련한 항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에어컨 바람에 하얀 가루가 발생해 마시며 살고 있다"며 리콜을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백색 가루는 자동차 열교환기인 에바포레이터에서 알루미늄 코팅이 산화돼 발생하는 수산화알루미늄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수산화알루미늄은 소량일 경우 유해성이 미미하지만 이를 장기간 흡입할 경우 비결절성 폐섬유증, 기종, 기흉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의학계에서는 수산화알루미늄에 과다 노출되면 노인성 치매, 신장 독성등이 발병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해 지금까지도 유해성 관련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4. 급발진·에어백 결함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동차리콜센터에 신고된 차량 급발진 건수는 모두 449건이다.
제조사별 급발진 신고 건수는 현대자동차가 205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자동차가 68건으로 뒤를 따랐다.
449건 중 사고가 나지 않은 38건을 제외한 급발진 신고 411건 중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건수는 244건(59.4%)에 달했다. 현대차의 에어백 미전개 건수가 1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기아차 31건이었다.
'급발진'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됐다. 연식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차량에서도 급발진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급발진으로 신고된 현대차 싼타페 차량은 2019년식, 지난해 접수된 기아차 쏘렌토 차량은 2018년식이었다.
김 의원은 "급발진 사고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시 에어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5. 회삿돈으로 개인 묘역 관리
지난 9월 현대차그룹은 회삿돈과 계열사 인력을 동원해 창업주의 개인 묘지를 관리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KBS '뉴스 9'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 창업주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묘를 비롯한 6만㎡가량의 묘역을 파견 업체 소속 묘지기를 통해 관리해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묘역의 관리자에게 매월 2백만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해왔다고 알려졌다.
묘역을 둘러싼 철제 울타리, 조경, 정 전 명예회장의 추도식 비용 등 한 해에 수 천만원 대에 달하는 묘역 관리비 역시 회삿돈으로 지출됐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묘역 관리에 문제가 있음은 이미 그룹 내에서 논의하던 문제다"라며 업무상 배임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이제부터 묘역 관리비를 정몽구 회장 측이 직접 부담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