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왕회장' 정몽구 회장의 은둔과 폭락하는 현대차 주가의 '연결고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뉴스1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특히 현대차 주가는 9년 만에 10만원 밑에서 거래되는 등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현대차 주가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2014년 9월 한전 부지 매입(약 10조원 규모)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 3분기 '어닝 쇼크'와 추가 리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년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대차 주가가 단기가에 반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여러모로 암울한 상황인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 뉴스1


현재 업계는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 그리고 이를 이끄는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2일 현대차는 전 거래일(21일) 대비 5.11% 하락한 9만 2,800원에 장을 마치며 52주 신저가를 또 다시 경신했다. 오늘(23일)은 900원(0.97%) 오른 9만 3,7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도 하루 동안 1조 683억원이 증발하며 19조 8,284억원 기록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도 하루 동안 1조 683억원이 증발, 19조 8,284억원을 기록하며 유가 증권 시장 내 순위 10위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주가와 시총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자 같은 그룹 계열사 기아차도 주가가 5%가량 하락했고, 현대모비스는 무려 8%대의 낙폭을 보였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도 약세를 보였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날 주가 급락의 원인은 미국 검찰이 현대·기아차의 엔진 결함 관련 리콜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앞서 2015년과 2017년 미국에서 자동차 170만대를 리콜한 바 있다.


미국 검찰은 이와 관련해 리콜 시기와 대상 범위가 적절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추가 리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해당 이슈 외에 '판매 부진'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특히 미국 시장과 함께 현대·기아차의 주요 해외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사드 보복 여파와 현지 토종 기업들의 공세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향후 상황과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


올해 1~10월 기준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59만 3,009대를, 기아차는 27만 7,856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9%씩 감소했다.


또 10월 판매량은 9월 대비 각각 10.1%(6만 7,433대 판매), 12.6%(3만 2,334대 판매) 감소했고 이 여파 때문인지 점유율도 지난 1월 4.6%에서 3.5%(현대차), 2.0%에서 1.7%(기아차)까지 떨어졌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역성장'을 거듭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자 현대·기아차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향후 상황과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가 단기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검찰 조사와 중국 수요 부진은 현대차가 해결할 수 없는 이슈"라며 "최근 주가 급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간에 주가를 반등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실상 부재'인 점이 현대·기아차의 부진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정 회장을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주가는 2012년 5월까지만 해도 27만 2,500원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지만 2014년 9월 한전 부지 매입 이후 4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4년 사이 '현장 경영'을 중요시 하던 정 회장이 모습을 감췄고, 이와 관련 '건강 이상설' 등 불안한 기류가 형성돼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현재 업계에서는 정 회장을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왕회장님'의 카리스마와 노련미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와 관련해 업계 한 전문가는 "정 회장의 거취가 베일에 가려진 이후부터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불안감이 더 커졌다. '선장을 잃은 배' 꼴이 됐기 때문"이라면서 "물론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 부재=주가 하락'이라는 이 묘한 '연결고리'는 정 회장의 거취가 알려지기 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