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요즘 농협은행 직원이 고3 수험생처럼 '이 악물고' 열공하는 사연

(좌)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우) 사진 제공 = 농협중앙회 


임직원들 대상으로 '승진 고시' 시행하는 '농협'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대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시험이 없겠지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요즘 직장인들이 고3 수험생처럼 밤새우며 공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 계열사들은 시험에 합격하면 1년 이내로 과장이 되는 '임용 고시'와 승진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 고시'를 시행한다.


다음달 16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고시는 3~5년 차 대리급 직원이 대상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직원들이 응시했을 정도로 그 열기는 대단히 뜨겁다.


시험에 매진하기 위해 일부 응시자들은 남은 월차와 연차를 사용해 휴가를 낼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속 승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월차 사용하며 '고시 공부'하는 농협 임직원들


시험에 일찍 합격하면 남들보다 먼저 '과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지만 시험을 잘 못 보게 되면 '만년 대리'로 남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험 과목은 농협법, 농협론, 회계, 실무, 학술 과목 등이며, 임용고시는 대부분 주관식이 포함돼 있다. 또한 상대평가로 승진자가 결정된다.


매년 응시자 중 합격자는 100명에 못 미친다는 농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격고시'는 합격을 해도 인사고과 등을 종합해 3년 이내에 승진할 수 있다. 그러나 자격 고시도 전 과목 합격률이 30% 안팎으로 알려졌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올해 '마지막 고시' 시행…내년부터 '인상평가 승진' 체제


농협의 '고시'는 올해가 마지막으로 시행된다. 농협에 따르면 내년부터 다른 금융권처럼 인사평가로 승진하는 'E 실무과정 패스제'로 바뀐다.


고시체제가 없어지는 배경에는 공정성은 담보되지만 성적만으로 직원의 업무 능력이나 인성, 그리고 리더십까지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농협 내부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승진고시 준비로 일보다는 시험공부에 치중하는 경향이 높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농협 직원들은 단 한번의 시험으로 고속 승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승진고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막판 합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