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2인자 '해임' 공시했다가 소송 운운하자 '퇴임'으로 변경한 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뉴스1


'2인자'로 불렸던 김정인 前 부사장 현대카드 떠나 '해임' 보도와 관련 '법적 대응' 거론한 진짜 이유?


[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현대카드에서 '2인자'로 불리던 김정인 전 부사장이 돌연 '해임'했다는 공시가 최근 올라왔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김 전 현대카드 부사장이 현대카드에서 '해임'됐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정인 부사장은 정태영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현대카드 내에서도 '실세 중 실세'로 꼽히면서 언론 등으로부터 '2인자'로 불리기까지 했던 인물이었던 탓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그런 그가 해당 보도를 접한 뒤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현대카드의 '해임' 공시에서 비롯됐다. 


21일 현대카드와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김 전 부사장은 지난 10월 말께 사표를 쓴 후 이직 절차를 밟고 있었다.


얼마 전 김 전 부사장의 퇴사 소식이 알려지자 다수 언론은 그가 현대카드를 떠났다는 내용을 알리며 현대카드의 '공시 내용'에 명시돼 있는 대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왼쪽) 김정인 현대카드 전(前) 부사장 / 사진 제공 = 현대카드 


현대카드, "(김 전 부사장이) 해임이라고 쓴 매체에 법적대응 하겠다고 했다"


인사이트 취재진도 이와 관련해 김 전 부사장이 "짐싸고 떠났다"는 제목으로 김 전 부사장이 '해임'된 사실을 알렸다.


해당 기사가 나온 뒤 현대카드 홍보실은 '해임'이라고 표현한 매체에 대해 김 전 부사장이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황급하게 알려왔다.


실제 현대카드 측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에 수차례 연락을 하며 제목을 수정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어 기사 내용에 들어있는 '해임'이라는 표현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현대카드 여의도 사옥.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현대카드 관계자는 "김 전 부사장이 기사 속 '해임'이라는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며 "김 전 부사장이 직접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해임'됐다는 기사로 인해 만약 김 전 부사장의 이직 절차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기사를 쓴 기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걱정돼 알려준다"고 권고했다.


특히 김 전 부사장은 해당 매체의 기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고 한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현대카드, "(김 전 부사장이) 이직 중인 상황이라 그렇게 말했을 것" 해명


인사이트 취재진은 현대카드가 직접 명시한 내용인 '해임'을 그대로 적었을 뿐인데 김 전 부사장에게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항의를 전해들은 것이었다.

특히 공시에 적은 내용을 기사에 반영한 기자에게 '팩트가 틀렸다'고 항의한 것도 모자라 '법적 대응'과 '소송'을 운운하며 제목까지 고쳐달라고 요구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판단했다. 


며칠 후 인사이트 취재진은 현대카드에 다시 연락을 취해 김 전 사장이 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그 배경에 대해 편집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되물었다.


이에 현대카드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했지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며 "절대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기자에게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석연치 않게 해명했다.


이어 "당시 김 전 부사장이 이직 절차에 있는 상황이었기에 다른 회사에서 그를 검색했을 때 '해임'됐다는 기사가 보이면 그의 입장이 곤란해질까 봐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측이 밝힌 공시. 당초 '해임'으로 공시했다가 이후 '퇴임'으로 수정했다. /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


'해임'에서 '퇴임'으로 수정한 현대카드 


인사이트 취재진은 김 전 부사장에게 직접 취재를 해보겠다고 그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이에 대해 현대카드 측은 '곤란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보였다.


'법적 대응'을 운운한 김 전 부사장은 컨설팅 업체 매킨지앤컴퍼니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현대카드 상무로 영입된 후 실력을 인정받고 정태영 부회장의 다음을 이어갈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 전 부사장은 현대카드를 떠나 국내 대기업 A사로 무난하게 이직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현대카드 측은 김 전 부사장이 떠났다는 내용이 담긴 공시 내용을 '해임'이라는 단어 대신 '퇴임'으로 서둘러 수정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정태영 부회장이 가장 총애하던 김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언론을 상대로 '소송'까지 운운한 배경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확한 '속내'와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고위 임원 A씨는 "정태영 부회장이 최근 현대카드의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인재들마저 회사를 떠나고 있어 근심이 깊어질 것"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핵심 인재들의 이탈로 회사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현대카드 내부에서도 회사 몰래 이직을 준비하며 구직 활동을 하는 임직원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카드업계에서 벗어나려는 인력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사진 제공 = 현대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