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서울독립영화제 2018' 프로그램위원회 추천작 17편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오는 29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 2018'이 상영 시간표를 공개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본선 경쟁 부문 34편, 새로운 선택 부문 19편, 특별 초청 부문 35편, 특별기획 20편 그리고 해외 초청 8편까지 한 해를 결산하는 화제작과 반짝이는 새로운 작품을 총 116편 상영한다.


특히 올해는 주말에 한하여 기존 5개관에서 6개관으로 확대 운영하여 보다 다채롭고 풍성한 섹션을 구성하였다. 예매 오픈부터 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서울독립영화제 2018 프로그램위원회를 대표하여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작품을 추천했다. 


탄탄하고 개성 있는 서사가 돋보이는 서울독립영화제 프리미어 작품부터 주목받는 화제작까지 장단편 17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1. 장편 영화 '잠시 쉬어가도 좋아'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영화 차기작 프로젝트 : 인디트라이앵글'은 재능 있는 창작자에게 차기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극장 개봉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독립'(independent)라는 키워드 아래 세 편의 이야기가 모였다. 


강동완 연출의 '돌아오는 길엔'은 모처럼 여행에 나선 어느 가족의 이야기로 소동의 밤을 보내고 맞이하는 새로운 날은 어제와는 분명히 다른 내일의 공기가 흐른다. 


김한라 연출의 '대풍감'은 빛나는 청춘의 표상을 조명한다.


임오정 연출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는 30대 프리랜서 미혼 여성의 생활에 문을 두드린다. 


2. 장편 영화 '작은 빛'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작은 빛'은 빛으로서의 영화와 기억으로서의 영화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자신을 처음 선보이는 미지의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뇌 수술을 앞두고 기억을 잃을 수 있다는 선고를 받은 주인공은 가족을 포함하여 주변의 인물과 조심스럽게 어울린다. 


낮고 소소한 음성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흡사 실제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와 닮아 있다.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주인공은 캠코더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며 먼지처럼 반짝이던 기억의 편린을 수집한다.


3. 장편 영화 '길모퉁이 가게'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2014년 연 매출 4백만 원에 6명이 일하던 가게는 고민을 거듭한 시도 끝에 3년 뒤 매출 5천만 원을 돌파한다. 


더불어 자본의 논리가 응축된 매서운 현장으로 변해간다. 


더 안정된 급여는 더 큰 매출과 더 많은 노동이라는 단서 아래 가능하다. 


영화는 작은 가게의 성장과 오류를 입체적으로 기록함으로써 삶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사려 깊은 질문을 던진다.


4. 장편 영화 '메기'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국가인권위원회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메기'는 영화적 매력으로 계몽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변두리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윤영이 발견한 쪽지는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암시이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성관계 엑스레이가 발견되고, 서로를 의심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가운데, 어항 속 메기는 전지적 시점으로 모자라고 서툰 인간 사회를 조롱하듯 관찰한다. 


인물들은 각자의 구덩이를 만나게 되면서 곳곳에 재미난 은유가 숨어있는 작품이다.


5. 장편 영화 '김군'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광주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보수논객 지만원의 주장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의 작동원리를 파헤친다.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라는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있는데, 영화는 이들의 존재를 장르적으로 추적하며 5.18을 다시 조명한다. 


북한 간첩 '광수들'을 해체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스스로 끄집어내야 했다.


이러한 수고로움이 여전히 반복되어야 하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역사에 집중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6. 장편 영화 '경치 좋은 자리'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영화 '경치 좋은 자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자리를 헤매는 한편의 로드무비이다. 


첫 쇼트부터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영화에서 여자는 어머니의 유해를 들고 느린 걸음으로 고향 마을에 들어선다. 


생활에 지친 그녀에게 마을은 기억이 통째로 가라앉은 상처의 공간이다. 


수몰 보상금으로 파탄에 이른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지를 가짜 이전해 보상금을 아끼려 한다는 몇몇 사실과 사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산 것과 죽은 것 사이에 기이한 정서를 담고 있다.


7. 장편 영화 '벌새'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에 소개된 바 있는 단편 영화 '리코더시험'의 확장 버전으로 중학생 '은희'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이다. 


성수대교 붕괴로 상징되는 1994년은 곳곳에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가부장의 폭력, 경쟁에 대한 강요, 관계의 피곤함과 간절함까지 은희에게 이곳은 이해하기 벅찬 세상이다. 


영화는 가족, 학교, 사회의 일상적 폭력을 의심하고 열렬한 사랑과 우정에 분투하는 소녀의 성장 담을 밀도 있게 세공하여 보여준다.


8. 장편 영화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영화는 패기 있는 예술가이자, 무책임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딸의 호기심과 질문에서 시작한다. 


장래가 촉망되던 행위예술가 '철웅'은 기행을 거듭하며 세계를 떠돈다.


우연히 철웅의 비디오를 본 딸 '하나'는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다. 


영화 속에서 하나가 택한 다큐멘터리는 아버지 철웅을 이해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자 그에게 다가가는 알리바이이며 예술을 기록하는 매체가 된다.


9. 장편 영화 '녹차의 중력'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30년 가까이 임권택의 세계를 탐구해온 평론가 정성일이 이번에는 글이 아닌 영화로 '임권택'에 대한 비평을 시도한다. 


두 편으로 나뉜 '녹차의 중력'과 '백두 번 째 구름'은 여전히 진행 중인 정성일의 '임권택 론'이다. 


먼저 '녹차의 중력'은 감독 임권택뿐만 아니라, 인간 임권택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며 거기 담긴 세월과 역사와 수많은 감정들에 공명한다. 


10. 장편 영화 '백두 번째 구름'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백두 번째 구름'은 마침내 시작된 영화 '화장'의 촬영 현장에 입회해서 임권택의 작품세계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더없이 엄밀한 감독의 태도에 집중한다. 


두 편의 영화는 영화 '천당의 밤과 안개'에 이어 정성일이 카메라로 쓴 창의적이고 성실한 영화 비평이자, 평론가가 한 감독에게 바칠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이며, 관객인 우리에게는 치열한 예술가 임권택의 시간을 목도하고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11. 장편 영화 '무녀도'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을 창작해 왔던 안재훈 감독의 신작 '무녀도'는 시리즈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김동리 원작의 '무녀도'는 토속적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근대 한국을 배경에 두고 있다. 


김동리의 문학의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며 펼쳐지는 애니메이팅은 화려한 색과 움직임으로 우리를 개화기에 시간으로 초대한다. 


안재훈 감독은 여기에 춤과 노래를 더해 놀라운 한국적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탄생시킨다. 


12. 단편 영화 '여름밤의 소리'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여름밤 시골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짧은 한철을 살다가는 매미를 포커싱 하며 시작한다. 


늙은 할머니는 죽음의 시간으로 다가가지만, 어린 '영석'을 포함하여 여름의 풍경은 평화롭고 생명력 있다. 


9살 영석이는 늙은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친구들이 보내는 놀림의 시선이 부끄럽다. 


도시의 꽉 찬 이미지에서 벗어난 시골의 풍경, 영화 내내 가득한 여름 자연의 소리가 가만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을 기억나게 한다.


13. 단편 영화 '민상'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민상'은 제주도로 여행을 온다. 


아버지의 죽음은 연극배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우인 민상에게 새로운 신상 변화를 예고한다. 


복잡한 마음을 수습하려는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지홍'은 살갑게 주변을 맴돈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핸드헬드를 유지하고 있고 인물을 가까이 밀착하여 담아 캐릭터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14. 단편 영화 '핑크페미'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여성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엄마를 둔 '나'는 여성운동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페미니즘에 가까이 영향을 받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성장하며 '나'에게 페미니즘은 때로는 힘겨운 무게였다. 


그리하여 핑크색을 좋아하는 소녀로 자란 감독이자 '나'가 여성운동에 새로운 물결이 있는 지금 다시 페미니즘을 고민한다. 


감독은 여성운동가이자 엄마와 대화를 시작한다.


15. 단편 영화 '낯선 자'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미세먼지와 모래바람이 지배하는 도시에서 남매는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여성인 '지성'은 과거의 폭력에 시달리며 더욱 불안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고립된 어두운 실내는 작은 움직임에도 모조리 불안하다. 


이 작품은 미래 도시에 대한 SF 적 디스토피아를 묘사함과 동시에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상실돼 가는 사회에 약자의 고통을 담고 있다.


16. 단편 영화 '여보세요'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힘겹게 살아가는 남한의 여성노동자 '정은'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부양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는 6.25 때 헤어진 여동생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러던 정은에게 어느 날 북한 여성으로부터 우연히 전화가 걸려오고 그 여성은 다짜고짜 남한에 있는 아들을 찾아 달라 간청한다. 


황당한 제안을 쌓여가며 전화를 사이에 둔 두 여성은 아픔을 공감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17. 단편 영화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사진 제공 = 서울독립영화제


강이관 감독이 2018년 통일영화 제작지원을 통해 선보이는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뮤직 댄스 무비라는 독창적인 장르에 도전해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남녀의 긴장과 케미를 현재의 남북 관계에 빗대어 은유한다. 


비보이계의 전설 하위동이 영화 속에 비보잉 댄스를, 안무가 최남미가 화려한 얼반 댄스를 보여준다. 


결혼을 앞둔 두 남녀가 현실에 쌓인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다른 '춤'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