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현대차 폭망하는데 '왕회장' 정몽구 회장님은 도대체 어디 계신가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2018년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 하락했고, 기아차는 흑자 전환했지만 지난해 3분기 통상 임금 소송 패소에 따른 충당금 반영으로 적자를 냈던 기저 효과가 반영됐다. 사실상 수익성이 악화된 것.


2018년 3분기 나란히 '어닝 쇼크' 기록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은 같은 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고,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위기의 현대차그룹", "흔들리는 정의선 부회장의 리더십"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그룹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정몽구 회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도 그럴 것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년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마지막 공식 활동은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참석이며, 그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물론 기업인이기 때문에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또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경영 활동에만 집중하면 될 뿐.


하지만 문제는 정 회장이 지난 2년 동안 정부 및 그룹 관련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진 = 고대현 기자 daehyun@


"그룹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정몽구 회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마련된 '주요 그룹 간담회'에 불참했고, 매년 참석하던 현대차그룹 시무식에도 2년 연속(2017년, 2018년) 불참했다. 심지어 지난 3월 열린 현대차그룹 정기 주주 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나마 알려진 정 회장의 활동은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현대차가 중국 내 판매 위기에 처하자 그룹 부회장단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공개' 회의였고, 이 때문에 정 회장의 근황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 증폭됐다. 또 이와 관련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1938년 4월 19일 생으로 올해로 만 80세인 정 회장은 지난 2009년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뒤 매년 정밀 심장 검진과 고혈압 치료를 받아왔다.


사진 = 고대현 기자 daehyun@


청문회에 참석한 2016년 12월까지만 해도 정 회장의 건강은 양호했지만, 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건강 이상설'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건강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매일 양재동 본사에 출근하고 있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행보는 건강 이상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다"


정 회장이 평소 '현장 경영'을 중요시 여겼던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이 같은 행보는 건강 이상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다는 게 그 이유.


이처럼 재계를 중심으로 정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대두되고 있으며 또 '왕회장님'을 애타게 찾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뉴스1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극심한 위기에 빠진 현대·기아차의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영 수완이 아직 미숙한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보다 정 회장의 '노련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 회장의 근황을 궁금해 하고 있는 가운데,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와 정 회장이 칩거 중인 한남동 자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승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엘리엇의 공세로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지배 구조 개편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 / 뉴스1


안갯속에 빠진 정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


여기에 실적 부진, 주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3세 경영'을 준비 중인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안갯속에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정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승계 작업이 안갯속이 아닌 그야말로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승계 작업을 늦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면서 "정 회장인 사실상 부재인 상황에서 정 부회장은 지금의 위기와 시련을 잘 극복해야 투자자와 주주들의 신임을 얻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