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직원이 여성고객 몰카 찍다 걸렸는데 '상품권'으로 퉁치려 한 나이키코리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gettyimagesBank


상습적 '몰카' 찍다 덜미 잡힌 나이키코리아 매장 직원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나이키 매장에서 일하던 남성 직원이 여성 고객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체포됐으나 본사는 '상품권'으로 '퉁'치려 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여주경찰서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의 이용촬영 혐의로 나이키 매장 직원 A(29)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경기 여주시의 대형 아웃렛 스포츠용품점 '나이키'에서 일하던 정직원으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수십여 차례에 걸친 불법 촬영 혐의를 받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월 3일 A씨는 재고 관리용 단말기를 들고 여성 고객을 촬영하다 뒤에 서 있는 A씨를 수상하게 여긴 고객의 일행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범행에 사용된 단말기는 통화 기능만 부재한 통상적 스마트폰과도 같은 제품이다. 당일 매장에서 찍은 여성 고객의 신체 사진만도 10여 장이 담겨 있었다.


또한, 경찰이 A씨의 집을 추가 조사한 결과 A씨의 노트북에서 '몰카' 120여장이 나왔다. 모두 같은 매장에서 찍힌 것이나 일부 신체만 찍혀있는 탓에 피해자를 특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가장 분노한 점은 관리 책임을 져야 할 나이키코리아의 태도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발방지 대책 요구한 피해자에게 "상품권 100만원 줄테니 그만하자"


나이키코리아는 해당 직원을 계약 해지했지만 정작 피해자에게는 상품권 100만원을 제시하며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이키코리아의 법무 담당 임원이 오히려 "소송에 가도 (피해자가) 승소 못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차원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 피해자로서는 '돈'으로 보상을 해주겠다는 본사의 대응이 황당할 따름이었다.


피해자는 "불법촬영을 당했던 브랜드 매장에 가서 또 쇼핑을 할 사람이 상식적으로 있겠느냐"라며 상품권으로 무마하려 한 나이키코리아의 태도를 지적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또한 피해자 측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는 사건을 조용히 덮자는 식으로 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나이키코리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현재 나이키코리아의 공식적인 입장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상황.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홈페이지에서도 나이키코리아의 입장이나 조치 사항을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은 '아웃렛 매장'으로 알려졌던 '몰카' 촬영 매장이 나이키코리아였다는 사실까지도 숨기기 위해 쉬쉬하는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SNS상에서는 '#나이키코리아불매'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불매운동까지도 벌이고 있다. 직원을 해고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태도가 사건을 덮어주려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


나이키 홈페이지


"이미 경찰 수사 중인 사건으로 무마하려 하지 않았다"


한 소비자는 댓글을 통해 "대체 무슨 근자감이냐"며 사과문 없는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그동안 'FORCE IS FEMALE'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다양한 광고와 화보를 통한 '주체적이고 건강한 여성상'을 강조해왔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키운 여성의 내면의 힘과 행동력을 꾸준히 어필해온 나이키의 모습과 현 상황은 꽤나 멀어 보인다는 의견이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상품권 관련 부분은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이 아니라 도의적 보상 차원에서 뜻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그러면서 "해당 직원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고용계약을 해지했으며, 경찰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 관해서는 "관련 시스템과 교육 사항 중 문제가 있는지 검토 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엄연히 근무 중 발생한 사건인만큼 직원 교육에 책임이 있는 나이키코리아가 향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안일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들키지 않자 점점 습관적으로 몰카를 찍게 됐다"고 상습적 불법 촬영을 털어놓은 A씨의 말처럼, 나이키코리아가 확실한 대책으로 또 다른 사건의 유발을 막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