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한 첫 재판을 앞두고 있고, 또 한진그룹 지주 회사인 한진칼이 사모펀드 KCGI의 타깃이 됐기 때문.
행동주의 표방하는 사모 펀드 KCGI의 타깃이 된 한진칼
상황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권이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특히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 KCGI가 어떤 방식으로 한진칼 경영권에 개입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알려진 강성부 대표가 올해 7월 설립한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 지주 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가 됐다.
KCGI는 투자 목적 유한 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532만 2,666주(9.0%)를 취득했고, 이로써 조 회장(17.8%)에 이어 한진칼의 2대 주주가 됐다.
KCGI는 지분 보유 목적에 대해 "장래에 회사의 업무 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경영권 흔들리는 것 아니냐"
이는 KCGI가 사실상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KCGI는 지배 구조가 취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정책을 강조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때문에 KCGI는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한진칼 경영권에 개입할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서는 한진칼의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권 장악 시도 가능성도 높다.
한진그룹의 지주 회사인 한진칼은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비롯해 한진 22.19%, 칼호텔네트워크 100%, 진에어 6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조 회장
이런 한진칼에서 조 회장의 지분은 특수 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총 28.95%이지만 이 중 종로 세무서(국세청)와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어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KCGI가 국민연금(8.35%),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과 손을 잡으면 지분율이 25%를 넘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 총회에서 한진칼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몇몇 전문가들은 KCGI가 이사회를 장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 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도 높다"며 "이사회 장악 이후에는 한진칼의 적자 사업부 정리를 위한 호텔 및 부동산 매각, 계열사 경영 참여 시도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재판 결과도 경영권에 영향 끼칠 가능성 높아
한편 조 회장의 재판 결과도 경영권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조 회장은 이외에도 조세 관련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혐의도 받고 있고, 밀수·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아내·자녀들과 함께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 임원 자격 제한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항공 산업 제도 개선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대한항공·진에어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 방안에는 항공 관련법뿐 아니라 형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관세법 등 위반자도 항공사 임원 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