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우리 첫눈에 반했잖아~. 이게 바로 '운명'이라는 건가 봐"
알콩달콩 연애중인 친구들 혹은 만난 지 며칠 만에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 친구들의 러브 스토리를 들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주절주절 '운명'을 논하며 행복해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문득 과거 연인들과의 첫만남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때 그 시절의 우리는 어땠었지?', '나는 첫눈에 반했었나?', '전 남친은 나한테 첫눈에 반했을까?' 등.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지만 생각보다 그날의 그 기분, 그 느낌을 그대로 생각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난 아직 운명의 연인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라는 결론에 도달해 울적해 지곤 한다.
하지만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혹 전 남친, 전 여친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연애를 하던 시절의 나는 친구들에게 상대방을 어떻게 말했었는지 말이다.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확률이 가장 높다.
"처음 딱 보는데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딱 오더라구", "운명 같은 느낌?", "이 사람과는 정말 오래갈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 분명 연애를 막 시작한 당시의 우리는 서로에 대한 첫인상을 '호감'으로 보고 이를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헤어지고 난 후 생각해보면 사실 처음부터 마음에 든 건 아니었는데 만나다 보니 좋아진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럼 당시에는 왜 상대방에게 처음부터 강한 끌림을 느끼며 운명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기억의 왜곡' 때문이다. 실제로는 첫눈에 반한 건 아닌데 마치 진짜 그랬던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것.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방에 대한 첫 감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의 기억에 현재의 감정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을지라도 지금은 너무도 예쁜 여자친구이자 멋진 남자친구라면 첫인상 또한 사랑스러웠던 것이라 착각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금 커플들이 "우린 첫눈에 반했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면 이는 누구보다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