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자살하려는 여고생 살린 경찰관에게 '패딩' 선물하고 사라진 네파 직원

Facebook '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 


네파가 수서 대치경찰서 소속 김훤국 경위에게 패딩을 선물하게 된 사연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아침저녁으로 뺨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가운데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경찰관에게 돌연 '패딩'을 선물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닐 텐데 네파가 일면식도 없는 경찰관에게 패딩을 선물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온라인을 훈훈하게 만든 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자살시도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한 김 경위


지난 8일 네파의 사회공헌활동 페이스북 페이지인 '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에는 수서 대치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훤국 경위의 사연이 올라왔다.


해당 사연에 따르면 김훤국 경위는 지난 5월 한 통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누가 아파트 10층 난간에서 자살하려나 봐요!"


신고 전화를 받자마자 김 경위는 함께 근무하던 이 순경과 함께 곧장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윽고 곧 현장에 당도했다. 하지만 급박한 신고전화와 달리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김 경위는 이 순경과 주위를 무작정 수색하고 있었다.


Facebook '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


친구에게 자살 암시 문자 남기고 연락 두절된 여고생 확인


그때였다. 한 여고생이 추가로 신고를 접수했다. 친구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내용 덕분에 수사 범위는 좁아졌다. 이때부터 김 경위는 학생으로 추정되는 행인이 보이면 말부터 걸고 봤다.


그렇게 신원확인을 하던 중 한 여학생이 이름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자리를 떴다.


Facebook '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 


오랜 경찰생활 때문인지 김 경위는 이때 감이 왔었던 듯하다. 김 경위는 빠르게 도망가는 학생의 뒤를 쫓았다.


간신히 붙잡은 학생의 팔에는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가 삐뚤빼뚤하게 적혀있었다. 극단적인 선택 후 자신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적어놓은 것이었다.


순간 김 경위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올해 고3인 자신의 딸과 이 학생이 겹쳐 보이면서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으면 이런 선택을 하려 했을까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다고.


Facebook '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 


자살하려던 여학생이 무화과 나무를 심은 이유 


김 경위는 이 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구대로 데려왔다. 일부러 말을 걸었지만 이 학생은 입을 꾹 다문 채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미 학생의 마음은 꾹 닫힌 듯했다. 이 학생의 마음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김 경위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그는 학생을 데리고 지구대 옥상으로 가 직접 무화과나무를 심게 했다. 그리고 무화과 열매가 열리면 나중에 꼭 따러 와야 한다며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


Facebook '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


무척이나 소소한 행위지만, 이로 인해 학생에게 삶의 작은 목표가 생긴다면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등졌다는 생각에 휩싸였을 때 오히려 따뜻하게 말 걸어주고, 살아가야 할 이유까지 준 김훤국 경위.


그러한 김 경위의 따스한 행동 덕분에 이 학생은 본인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제공 = 네파


네파, '따뜻한 세상 캠페인' 주인공으로 자살하려던 여고생 구한 김 경위 지정


이에 네파는 김 경위의 선행을 높이 사 '따뜻한 세상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지정, 패딩을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13일 네파는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감동적인 선행으로 일상을 따뜻하게 해 준 김훤국 경위에게 패딩을 전달했다.


한편 누군가의 추운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준 이들에게 패딩을 선물하는 네파의 '따뜻한 세상 캠페인'은 올해에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네파의 대표 CSR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한 '따뜻한 세상 캠페인'은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4년째 지속되고 있다.


참여 방법은 페이스북 '따뜻한 세상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선행 주인공 사연을 직접 올릴 수 있으며, 미담 사례에 '좋아요'나 '공유'를 누르면 된다.


따뜻한 패딩 주인공 선정은 오는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네파는 약 100여 명을 선정, 감사패와 따뜻한 패딩을 주인공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