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가해자 가족이 '자기 아들은 사고 한 번 안 치고 키웠다'고, 저희 아빠는 이제 평생 못 보는데..."

음주운전 사고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빠를 하늘로 떠나보낸 딸은 말을 채 잇지 못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 A씨는 "지난 9월 16일에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 현대백화점 음주 사망 사건을 아시는지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사고 당일은 추석 명절을 일주일 앞둔 주말이었다. A씨의 아버지는 이날 집과 불과 두 정거장 차이인 거리의 버스정류장에서 귀가를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과속 중이던 음주운전 차량이 버스 정류장을 돌진해 덮쳤다. A씨와 같은 또래인 26살 남성 박모 씨가 몰던 차량이었다.

A씨는 "그날 새벽 영안실에 갔다. 영안실 직원이 '시신을 보지 않는 게 좋다'고 했는데 안 볼 수가 없어 봤다. 시신은 너무나 심하게 훼손돼 딸인 제가 아빠를 알아볼 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건강을 위해 대중교통을 타는 게 더 좋다고 하던 아버지는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아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 A씨를 비롯한 유족들의 눈에서 더욱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게 있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그것이었다.

지난달 2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진행한 국민청원 답변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는 대부분 징역 8개월에서 2년 정도의 형이 선고된다. 또 그중 약 77%는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사고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98%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커브 길을 돌다 빗길에 미끄러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는 "경찰서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해 본 결과 비가 오지도 않은 상황이었다"고 청원 글과 자신이 게재한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통해 지적했다.

A씨는 또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사과는 뒷전으로 미루어 놓고 나라에서 정해준 국선변호사를 취소하고 돈 주고 변호사를 2명이나 선임했다"고 토로했다.

청원을 올린 이 날 A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서 A씨는 "(가해자 가족이) 자기 아들은 (초범이고) 사고 한번 안 치고 키웠다고 한다"면서 "저희 아빠는 이제 평생 못 보는데..."라고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현재 가해자 박씨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선고 날은 오는 29일이다.

해운대 BMW 사건 등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를 약속했고 국회의원 100여 명도 관련 법인 이른바 '윤창호법'을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법리 원칙 중 하나인 소급효 금지의 원칙 때문에 현 음주사고 피해자들은 소급적용을 받지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인도를 침범해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한 가장을 죽인 박씨에게도 기존과 같은 솜방망이 법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A씨는 "가해자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다고 한다"며 "음주운전 사망이 살인죄와 같은 형사처벌이 될 수 있도록 청원에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 한 해,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430여 명에 달했다. 매일 우리 주변에서 하루 한 명 넘게 숨진 셈이다.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A씨는 "갑자기 아빠가 웃으면서 '우리 딸' 하고 달려올 것 같다"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되뇔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