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한 줄만 읽어도 눈물 펑펑 쏟아지는 이국종 교수 '골든아워' 속 맴찢 문구 9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이번에는 뭔가 달라질까?"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팀이 석해균 선장을 구했을 때, 지난해 북한 병사를 살려냈을 때 국민들은 외상외과 시스템이 변하기를 매번 바라왔다.


올해 이국종 교수는 누군가를 살려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사람 살린 일을 적어낸 '골든아워'를 발표해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지난달 24일 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소음이 "생명을 살리는 소리"라며 국민들의 이해를 부탁했다.


흐름출판


'골든아워' 속에는 이 외에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많은 의료진들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외상외과 시스템이 이 교수의 바람처럼 선진국형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는 꼭 선진국형 외상외과 시스템이 자리 잡길 바라며 '골든아워' 속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을 손꼽아봤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1.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 석 선장은 무겁게 떨어지는 칼날이었다. (중략) 석 선장이 살 가능성은 희박했고, 최악의 경우 내가 져야 할 책임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2. 우리는 절박하고 절박한데 그 절박함이 어디에도 가 닿지 않아 처참하기만 했다.


3. 병원 관계자들은 병원으로 날아오는 헬리콥터를 마뜩잖아 했다. 헬리콥터 소음이 환자 치료와 학생들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나와 팀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사람과 장비였으나, 추가적 지원은 없이 비난의 화살만 날아와 박혔다. 우리의 생활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기울어지고 있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4. 회의석상의 누구도 환자 항공 이송에 도움이 될 것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아무도 선진국형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알려하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모든 면은 늘 그러했다.


5. 환자마다 쌓여가는 삭감 규모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렀다. 결국 교수별 진료 실적에 기반을 둔 ABC 원가 분석이 더해져, 나는 연간 8억 원이 넘는 적자의 원흉이 됐다. 매출 총액 대비 1~2퍼센트의 수익 규모만으로 유지되는 사립대학 병원에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


6. 나는 적어도 새로 지어질 센터에는 스태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심한 중노동에 시달리는 스태프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그러나 병원 윗선의 보직자는 내 눈앞에서 도면 한쪽을 붉은 매직펜으로 그어냈다. 새빨간 선 하나가 미세한 쇳소리를 내며 스태프들의 방을 가로질렀다. 그 순간 교수들의 연구실로 배정된 면적의 60퍼센트가 잘려 날아갔다. 이를 악물고 항의했으나 그는 강경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채널A '나는 몸신이다'


7. 부끄러움을 아는 이가 드문 판이었다. 모든 것이 지겨웠다. 환자 항공 이송이 중단되면 환자들만 죽어나갈 것이다. 회의를 마친 후 교수들을 소집했다. 나는 그 병원에서 주장하는 대로 그쪽으로는 비행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8. 한 지방자치 단체에서 1,800억 원을 들여 대규모 안전체험 테마파크를 지어놨다. 하루 평균 입장객은 350여 명, 연간 적자 규모는 15여억 원이라고 했다. 1,800억 원이면 중증외상센터 전체 건립 비용을 상회하며, 소방항공대 두세 곳을 창설할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


9. 나는 수일전 핏발 선 눈으로 현황 보고를 하던 정경원의 신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교수님, 이제 저희는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현장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외상센터 안에는 환자를 끌고 CT를 찍으러 갈 사람도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