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성 추문, 채용비리, 금품 수수…
기업의 각종 '갑질 논란'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튀어나와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다.
상식을 벗어나는 저열한 행동이 발각되면 국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심할 경우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강한 질타를 받는다. 우리의 혈세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매운동을 할 수도 없다.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킨 공기업의 갑질 사례를 한 번 모아봤다.
1.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의 일부 직원들은 변압기 제조업체인 효성으로부터 룸살롱 접대와 각종 금품을 받고 부실한 납품을 묵인했다가 최근 덜미를 잡혔다.
해당 직원들은 2011년 3월 효성과 계약한 29억 3만원 규모의 '가동원전 전력용 변압기 예비품' 공급에서 효성이 몰드형 변압기 2대의 외함을 새것으로 납품하지 않고 종전 외함 속에 넣겠다고 로비하자 이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2개의 몰드형 변압기 계약납품가격은 5억 2천만원. 외함 2개를 납품하지 않음으로 인해 효성은 1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추가로 얻어냈다.
한수원은 현재 납품 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감사를 벌이는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위 행위에 대해 업체 손해배상 청구, 관련자 징계조치 및 검찰 고발 등을 포함해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는 올 한 해에만 직원 성희롱 및 부적정 언행 등 특정감사에서 간부급 임직원 4명이 적발됐다.
A 부장은 한 여직원에게 본인의 고교 동문 모임 등 사적 모임에 동행할 것을 강요했고 "사랑해"라는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내 불쾌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B 본부장은 입사 1년차인 여직원을 "돼지야"라고 부르는 등 수치심을 느낄 만큼 외모 평가를 일삼았다. 그는 해당 여직원에게 퇴근길 사적 모임에 참석할 것을 요구하고 데려가기도 했다.
C부장은 부서 회식 중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그는 한 여직원 옆자리에 앉아 특정 신체 부위를 만져 성적 굴욕감을 유발했으며, 성적인 표현으로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줬다.
마사회는 이러한 내용의 내부 제보를 받아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해당 간부들을 징계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거나 성희롱 사실을 부인했다고 알려져 공분을 샀다.
3.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의 박기동 전 사장은 최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그는 직원을 공개채용하면서 여성 응시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 의도적으로 여성을 탈락시킨 혐의를 받았다.
박 전 사장은 2015~2016년 공개채용 과정에서 여성 합격자를 줄이기 위해 인사팀에 개입해 면접 점수와 순위를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이로 인해 합격 순위에 들었던 여성 7명이 불합격 처리됐다.
그는 직원들에게 점수 조작을 지시하며 "여자들은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조정해 탈락시켜야 한다", "남성 군필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큰 충격을 안겼다.
4. 한국가스공사
지난 6월 한 한국가스공사 부장은 해외 출장 중 여직원을 성추행해 해임됐다.
그는 현지 해외사업 취재 안내 및 지원을 위해 출입기자 2명과 멕시코로 출장을 떠나 현지에서 통역을 수행한 여직원 A씨의 신체 특정 부위를 수차례 만졌다.
또한 성희롱 발언을 내뱉고 러브샷을 강요했으며,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
A씨는 다음날 신체적, 언어적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본사에 신고했고 한국가스공사는 자체감사를 통해 해당 부장을 최종 해임 처분했다.
이 같은 처분에도 한국가스공사가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은 이유는 이들의 성추문 징계가 올해만 두 번째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모 부장은 지난 2월과 지난해 11월 여직원들을 성추행해 정직 처분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