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재벌가 아들딸의 색다른 행보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일반적으로 재벌 2·3세라 하면 '본부장님', '대표님'이 더 익숙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의 자녀들 열의 아홉은 회사를 물려받기 때문이다.
실제 현실에서도 재벌가 아들딸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아버지의 일을 돕는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자주 비춰지는 것 또한 이유다.
그러나 재벌 3·4세여도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지 않고 자신만의 재능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기득권을 미뤄두고 끼를 마음껏 방출하는 이들의 도전은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뜻밖의 분야에서 열일해 '재벌이었어?' 하게 만든, 부모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못 말리는 재벌가 괴짜 3·4세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1. SK 최태원 회장 둘째 딸 최민정
중국인민대학부속중학 졸업 후 베이징대학으로 진학한 SK그룹의 딸 최민정은 지난 2014년 해군 사관 후보생 모집에 지원했다.
같은 해 8월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12월 해군 장교 177기로 임관하며 충무공 이순신함에 탑승하는 함정 장교로 발령받았다.
본래 장교로 입대해 자대배치를 받을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민구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서울 군 복무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낯부끄럽게 서울에서 편하게 군 생활을 하는 것보다,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국토방위를 위해서 야전으로 배치되어 군 복무를 하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최민정은 입대 전 한류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을 지인과 함께 공동으로 설립해 부사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말 전역 후, 지난 9월 중국 투자법인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 한화 김승연 회장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의 3남인 김동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승마에 입문, 중학생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 17세의 나이로 출전하며 아시안게임 승마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아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 금메달을 획득하며 3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2014 인천 아시아게임에서 음악에 맞춰 말과 함께 동작을 선보이는 '프리스타일' 종목에서는 77.225점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승마선수로 높은 실력을 증명한 그는 '독일 펄 올림픽 국제선발전 그랑프리'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한 조 1위로 2016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자력으로 따냈다.
3.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셋째 아들 이성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삼남 이성한은 영화를 세 편이나 찍은 중견 감독이다.
지난 2008년 '스페어', 2009년 '바람', 2011년 '히트'를 연출했다.
특히 '바람'은 청소년기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며 '마니아'층을 형성한 영화로, '응답하라 1994'의 주연배우 정우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성한 감독과 두 편의 영화를 모두 함께한 정우의 학창시절을 영화화한 작품이라 알려지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성한 감독은 최근 7년 만에 신작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의 영화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 중이다.
4.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첫째 아들 박서원
"아버지는 항상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셨다"는 말마따나,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은 '별종 재벌 4세'로 알려졌다.
박서원 대표는 지난 2006년 대학 동기 5명과 광고회사 '빅앤트 인터내셔널'을 창업한 후, 3년 만에 한국 최초 국제 5대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옥외 반전 포스터가 칸, 뉴욕페스티벌, 클리오 광고제, D&AD, 원쇼에서 모두 수상한 것.
긴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해당 광고는 펼치면 총을 들고 있는 군인이지만, 전봇대 부착 시 군인의 총구가 기둥을 한 바퀴 돌아 뒤통수를 노리는 기발한 발상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 2013년에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영학과를 간 것도 아버지 뒤를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학과가) 정원미달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독특한 면모를 보였다.
현재 박서원 대표는 빅앤트가 법인 전환을 하며 공정거래법에 따라 두산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두산의 광고계열사 오리콤 부사장으로 영입, 전무 자리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