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은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러브스토리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재계 간 정략결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른바 '혼맥'이라고 불리는 재계, 언론계와의 정략결혼은 단단하게 기업을 이어주곤 한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조금 다르다. 명문가와 명문가가 아닌 곳을 가리지 않는 연애결혼이 등장한다.
1974년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인 현대 포니를 개발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정세영 명예회장도 연애결혼으로 아내를 맞았다.
특히, 정세영 명예회장의 이야기는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라는 그의 자서전에 드러나면서 부러울 정도의 연애 이야기를스토리를 보여준다.
100일 만에 연애결혼에 골인한 정세영 명예회장
정세영 명예회장은 본래 교수가 되고 싶어 오랜 기간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이었다.
하지만 형인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말에 따라 현대건설에 입사하면서 '포니 정'으로서의 자동차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공부, 유학에 일까지 정신없이 하다 보니 서른이 넘도록 결혼하지 못했는데, 뉴욕에서 함께 지내던 친구의 소개로 박영자 여사를 만났다.
당시 박영자 여사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과 미모에 첫눈에 반한 정세영 명예회장은 바로 다음 날부터 데이트를 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자서전을 통해 "첫눈에 반해 세 번째 만나던 날 바로 프러포즈를 했다"고 밝혔다. 한강으로 보트를 타러 갔다가 배 안에서 로맨틱한 청혼을 했다.
그는 "아버지와 다름없던 큰 형님(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형수에게 인사를 시켰는데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다"고 회고했다.
만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약혼과 함께 곧바로 식을 올린 초고속 결혼이 이뤄졌고, 맏딸 정숙영, 아들 정몽규, 막내딸 정유경을 얻었다.
이후 정세영 명예회장은 현대차를 정몽구 회장에 넘겨주면서 장남과 함께 주택건설업체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을 건설업계 TOP 5로 키워낸다.
아버지 이어 연애결혼에 골인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이처럼 명문대가를 따지지 않는 현대가의 결혼관 덕분인지, 그의 장남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연애결혼을 통해 아내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아내 김나영 씨는 당시 대한화재보험 김성두 사장의 딸로 연세대 수학과를 나온 재원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지인의 소개로 김나영 씨를 만나 처음 본 순간부터 한눈에 반했다고 전해진다.
표현이 서투른 정몽규 회장의 성격 탓에 소개를 해준 친구에게 전화해 "키도 크고 집안도 좋고 미인인 데다 마음까지 곱다"면서도 "친구 중 누구 소개시켜주면 안 될까"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쑥스러운 마음을 돌려 말했음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졌다. 대한화재보험의 딸이었으니 정략결혼 같지마는, 연애결혼인 셈이다.
당시 대한화재의 사세는 기울던 시기였다. 더욱 승승장구하는 집안과 결혼했을 수도 있었음에도 현대가에서는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사돈인 대한화재를 살리려 노력했으나 중점 관리 대상이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후 대한화재는 롯데그룹으로 인수됐다.
연애결혼에 성공한 아버지와 같이 마찬가지로 연애결혼한 정몽규 회장은 자식도 아버지를 따라 슬하에 세 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다방면의 '팔색조' 능력 자랑하는 정몽규 회장
정몽규 회장의 '조용히 강한' 성격은 사업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자동차를 만들다 건설을 맡을 수 있겠냐는 세간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고 시공능력평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최고 4위까지 올려냈다.
건설업계 최초로 건물의 디자인을 중시하는 미적 감각도 뽐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파크 하얏트 서울'과 용산에 있는 '현대 아이파크몰'도 그의 작품이라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팔색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수많은 성과를 끌어낸 정몽규 회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