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신한은행 채용비리 드러나4년간 154명 서류전형·면접점수 조작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한 시중은행 채용 면접에서 'BDD' 점수를 받았던 지원자가 'BBC' 등급을 받은 지원자를 제치고 합격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채용에 성공한 이 지원자는 알고 보니 서울대 출신 남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점수가 높지만 이 남성에게 밀린 지원자는 서울대를 졸업한 여성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시중은행은 정·관계 인사의 자녀나 당 은행 임원의 자녀를 특별 관리해 부정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과정에서 차별과 비리가 난무했던 이 시중은행은 연매출 18조 5,264억원의 실적을 내는 '신한은행'이다.
154명 중 101명 '성차별 채용' 특혜 차별 안 한다더니 '학벌' 차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중은행 채용비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보다 구체적인 신한은행 채용 비리가 공개됐다.
1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총 154명의 서류전형 및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54명 중 101명은 '성차별 채용'으로 인해 채용 특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2015년과 2016년 채용 과정에서 합격자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신한은행 하반기 채용 지원자는 남성 6,364명(56.6%), 여성 4,872명(43.4%)인 반면 최종 합격자는 남성이 75.1%, 여성이 24.9%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벌에 따른 차별도 있었다. 신한은행은 실무자 면접 전형에 응시한 지원자들에게 '최상위대', '서울 소재대 및 지방대', '서울대' 등을 따로 기재하게 했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면접에서 BDD 등급을 받은 서울대 출신 남성은 BBC 등급을 받게 된 서울대 출신 여성과 BBB 등급의 서울 소재대 및 지방대 출신 지원자를 제치고 합격 명단에 본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54명 중 42명 '청탁'으로 인한 채용 특혜 서류심사와 면접, 입원면접 프리패스
정·관계 관계자 혹은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도 혜택을 봤다.
154명 중 42명이 청탁으로 인해 채용 특혜를 받은 이들이었다. 이중 17명이 외부 청탁자 자녀였으며, 11명이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위 임원 청탁자, 14명이 신한은행 부서장 이사 자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외부 청탁이 있는 지원자는 '특이자 명단(득)', 부서장 이상 자녀는 '부서장 명단(장)'으로 표기하며 별도 관리했다.
비고란에 득과 장이 적혀있던 이들은 서류심사에 1차 실무자 면접, 2차 임원 면접도 통과했다.
검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불구속 기소
이에 검찰은 채용 비리가 집중되던 때 은행장을 맡고 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전 인사담당 부행장 등 5명과 신한은행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전 인사부장 2명은 지난달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조 회장이 행장으로 지내던 당시 인사부장으로 있던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故) 서진원 전 행장 근무 당시 인사부장으로 지낸 B씨는 대체로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