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대장암 투병 중 얻은 아이디어로 '처음처럼' 만들었다가 대박친 경영의 신(神)

(좌) Instagram 'firstsoju', (우) 사진제공 = 바움커뮤니케이션스


대장암 증상을 크게 완화한 '알칼리수' 효능 적용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부드러운 소주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처음처럼'.


'처음처럼'은 소주 원료 80%를 차지하는 물을 알칼리 환원수로 바꿔 다른 소주보다 부드럽게 만들었다.


쓰고 강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주'. 이 술에 부드러운 알칼리수를 넣을 생각은 누가 했을까.


25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마케팅의 귀재', '경영의 신(神)'이라고 불리는 두산주류 한기선 전 사장은 암 투병 중 '처음처럼'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


(좌) 사진제공 = 처음처럼, (우) gettyimagesBank


한기선 전 사장은 15년 전인 지난 2003년 말 대장암 2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아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알칼리수'의 효험을 체험했다고 한다.


매일 3리터 이상의 알칼리 환원수를 음용하다 보니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짐을 느꼈다는 것.


특히 대장암 환자 특유 증상인 대변의 악취가 사라지고 속이 편안해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치료를 받아오는 동안 알칼리수 관련 책자를 수십 권 읽었다는 한기선 전 사장은 수술 후 완치의 길을 걸은 것 또한 알칼리수 덕분임을 느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알카리수 들어간 '처음처럼' 개발에 나선 한기선 전 사장


이러한 체험이 "언젠가는 소주를 개발할 때 알칼리수를 사용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몸에 좋은 술', '건강한 술'이라는 말은 어쩌면 당황스러운 조합이다.


하지만 '물은 생명이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깨달은 그는 '건강한 물'을 넣은 '처음처럼'의 개발에 매진했다.


"모든 술이 적당히 마시면 몸에 좋다. 특히 와인은 매일 한 잔씩 마시면 심장병 예방에 좋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많이 마시면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YouTube '처음처럼'


이에 한기선 전 사장은 소주의 고질적인 문제, '이튿날의 숙취와 마실 때 부드러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체 개발한 이온교환막을 통해 청정수에서 산성수와 알칼리수를 분리, 음극측에서 생성된 알칼리수를 다시 여과하고 정제하는 공정으로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 소주를 개발했다.


그렇게 성공한 '처음처럼'은 '목 넘김이 부드러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각인돼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소비자가 다른 술에 비해 '처음처럼'을 마실 때 숙취가 별로 없다는 평.


Instagram 'firstsoju'


출시 2주만에 1천만명 돌파하며 대히트 상품 등극


'처음처럼'은 지난 2006년 출시 약 2주 만에 판매량 1000만병, 반년 동안 1억병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운 대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2009년에는 롯데주류로 편입되며 탄탄한 유통망과 감성 마케팅의 시너지 효과로 날로 높아지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한걸음 더 나아가 2015년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렸던 '처음처럼 순하리'를 출시하며 과일의 상큼한 맛과 부드러운 '처음처럼'의 완벽한 조합을 이루기도 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롯데주류 3,637억원 매출의 절반가량은 '처음처럼' 등의 소주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outube '처음처럼'


'처음처럼'은 광주, 대전, 천안 등 자도주 성격이 강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은 지방 대도시에서까지 3분기 누적 매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술 시장의 주인은 소비자"라고 말했던 한기선 전 사장.


정확히 보고, 판단하고, 그것에 맞출 수 있는 기술력과 그를 잘 유통되게 하는 영업력으로 큰다는 그의 말마따나, 앞으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만들 새로운 기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