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경영 복귀 후 두 번째 정기인사 단행삼성 고위직 출신 CJ주식회사 공동대표 발탁…파격 인사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40년간 '삼성맨'으로 일해오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발탁돼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근희 부회장이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다.
삼성그룹 고위직이 CJ그룹으로 옮긴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린 것 또한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인 셈이다.
경영 복귀 후 두 번째 정기인사를 단행한 이재현 회장은 박근희 부회장을 필두로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월드베스트 CJ'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2019년도 정기임원 인사를 발표한 CJ그룹은 '삼성맨'이었던 박근희(65) CJ대한통운 부회장이 CJ주식회사 공동대표를 맡는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이재현 회장에 전격 영입돼 그룹 대외업무를 총괄해 왔던 박근희 부회장은 지주사로 자리를 옮겨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해 책임자로서 총괄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 "기본적 원칙에 충실하고자 한 인사"그룹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 맡는 박근희 신임 공동대표
오너를 제외한 CJ그룹 전체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글로벌 생활문화기업 도약을 앞두고 박근희 부회장의 오랜 경륜과 글로벌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고려했다"고 인사 단행 배경을 설명했다.
CJ그룹은 또 총괄부사장 2명, 부사장 3명, 부사장대우 9명, 신임임원 35명 등 총 77명을 승진시키고 48명을 보직이동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정기임원 인사 단행과 관련해 CJ그룹 측은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가장 기본적 원칙에 충실하고자 한 인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격차 역량 기반의 독보적 1등 달성과 글로벌 가속화를 위해 조직을 혁신하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당기는 등 선제적 미래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퇴진한 전임 부회장 뒤이을 중심축 필요했던 이재현 CJ회장박근희 부회장, 그룹 경영 전반 컨트롤 타워 역할 해줄 적임자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박근희 부회장을 CJ주식회사 공동대표로 전격 발탁한 것과 관련 지난 3월 건강상의 이유로 퇴진한 전임 이채욱 부회장 뒤를 이을 중심축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손경식 회장의 경우 올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취임함에 따라 이재현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 계열사 CEO들을 이끌어줄 숙련된 경영인의 존재가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특히 지난해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한 상황이라 무게 중심을 갖고 그룹 전반적인 문제들을 숙련있게 컨트롤해 줄 인물이 필요했다.
그럴만한 인물이 바로 박근희 부회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재현 회장이 박근희 부회장을 영입하기 전 사촌 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양해를 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재계 설명이다.
박근희 부회장이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이재현 회장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일까.
삼성 공채 19기로 입사…지방대 출신 꼬리표 떼고 고위직 승진'실력' 하나만으로 부회장까지 승진한 '월급쟁이 신화'
1965년생으로 올해 65세인 박근희 부회장은 청주대학교 상학과를 졸업해 1978년 삼성 공채 19기로 삼성SDI(구 삼성전관)에 입사했다.
충북 청원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박근희 부회장은 농사짓는 부모님을 돕고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고에 진학했다.
이후 어렵게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부모님께 손을 빌리지 않기 위해 직접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등 효자였다.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에 입사한 뒤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04년 사장 승진과 함께 삼성캐피탈·삼성카드 대표를 맡았다.
삼성그룹 중국본사 사장, 삼성생명 사장·부회장,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을 거친 박근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삼성생명 고문으로 재직했다.
박근희 부회장, 김홍기 공동대표와 '사수-부사수' 역할 수행'월드베스트 CJ' 목표 달성할지 여부…시험대 오른 이재현 CJ회장
박근희 부회장 어려운 가정환경과 지방대 출신이라는 편견을 당당히 깨고 오로지 '실력' 하나만으로 삼성그룹 부회장까지 승진해 '월급쟁이 신화'를 쓴 인물이다.
밑바닥에서부터 삼성그룹 고위직 임원까지 지낸 그의 행보가 이재현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어줄 '중심축'으로 제격이라는 판단 하에 박근희 부회장을 영입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재현 회장의 신임으로 CJ주식회사 공동대표 자리에 오른 박근희 부회장은 김홍기 공동대표와 함께 '사수-부사수' 방식으로 짝을 이뤄 그룹 내 실질적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 수행에 나설 전망이다.
파격적인 정기임원 인사 단행을 통해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이재현 회장. 과연 그의 바람대로 CJ그룹이 '월드베스트 CJ'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이재현 회장의 남자로 발탁된 박근희 부회장 역시 CJ그룹 실질적 경영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지, 이재현 회장과 박근희 부회장의 리더십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