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진라면서 벌레 나왔는데 오뚜기가 '문상' 2만원을 내밀었습니다"

(좌)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우) 사진 제공 = A씨


[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진라면을 먹다 벌레가 나왔다고 오뚜기에 말했더니, 대뜸 '문화상품권' 2만원을 주겠다네요"


이른바 '갓뚜기'로 불리는 식품 기업 오뚜기가 자사 라면을 먹다 벌레를 발견, 즉시 신고한 소비자에게 사과는커녕 '문화상품권'으로 대처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제공 = A씨


소비자 A씨 "'건더기'인 줄 알았던 검은색 물체는 사실 '벌레'였다"


직장인 A(30)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께 서울시 양천구 모처의 한 편의점에서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컵라면을 구입했다.


바쁜 업무 때문에 다소 늦은 점심이었다. 밀려드는 허기에 부랴부랴 포장을 뜯고 물을 부었다.


드디어 4분이 지났다. 기분 좋게 나무젓가락을 뜯은 그는 라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 A씨


어느새 라면 국물만 남았다. 남은 국물을 마시며 식사를 마무리하던 A씨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건더기'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물체가 알고 보니 '벌레'였기 때문. A씨가 당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면 뜨거운 물에 퉁퉁 불은 듯한 벌레가 보인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소비자 씁쓸케한 오뚜기 대처…A씨 "오뚜기가 '문상' 2만원 주겠다고 했다" 


당황한 A씨는 편의점주에게 구매한 제품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오뚜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전화를 돌린 당일 A씨는 편의점주에게 벌레가 나온 문제의 컵라면을 제출했다. 편의점주도 자사 채널을 통해 오뚜기 측에 민원을 접수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뚜기 측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뚜기 직원은 A씨에게 '벌레가 나왔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필요하며, 없다면 1차적으로 제품을 보내드리는 것 밖에 안된다'는 답변을 남겼다. 


A씨가 원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그의 주장을 믿기 어렵단 뜻이었다. 사과는 없었다.


제품을 주겠다는 말에 A씨는 거절 의사를 표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5일 다시 오뚜기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은 A씨는 귀를 의심했다. 오뚜기 직원의 말은 이랬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문화상품권 2만원은 어떠시냐. 생각 있다면 오뚜기 고객센터로 다시 연락 달라"


이번에도 역시 사과는 없었다. A씨는 실망스러웠다. 사과 대신 자사 제품과 문화상품권으로 '퉁'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평소 오뚜기 제품을 애용해왔고, 기업 이미지가 있어 대처 또한 신사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받기 싫으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태도는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바랐던 건 사과였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라면과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대처였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오뚜기 "소비자께  사과 드렸다" 강조 


오뚜기라면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뚜기 '컵누들 베트남 쌀국수'에서 나방류 번데기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같은 해 7월에는 진짬뽕 컵라면에서 애벌레로 보이는 이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오뚜기가 제조한 라면에서 벌레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만큼 관리감독이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와 관련해 오뚜기 측은 소비자에게 사과를 드렸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사과를 안드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1차적으로 고객센터에서 고객님께 사과를 드린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실물 샘플이 필요한 데, 편의점 측에서 폐기를 하신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1차적인 대응을 한 듯하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님의 기분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