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아버지 신용호 회장 이어 은관문화훈장 수훈
[인사이트] 심채윤 기자 =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문화훈장을 수훈하는 기업이 탄생했다.
바로 교보생명의 창업주 신용호 회장에 이은 아들 신창재 현 교보생명 회장이다.
1996년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기업인 최초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교육보험'과 '교보문고'를 통해 국민교육에 이바지하고 공익재단 등 문화예술 발전에 힘쓴 공로였다.
1941년 곡물 회사인 '북일 공사' 설립으로 쌀 장사의 수익금을 독립운동 자금에 보탠 대산은 민족시인 이육사를 만난 후 1946년 귀국해 '민주문화사'를 세웠다.
좋은 책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 후 전국을 돌며 나라에 필요한 것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임을 깨닫고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했다.
자녀가 진학하면 보험료를 전액 돌려받는 '진학보험'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한국의 연간 10만여 명의 입학금과 학자금을 마련하도록 도왔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그의 신념은 '교보문고' 설립으로 이어져, 현재는 연간 5천만 명이 방문하는 '국민책방'으로 지식을 읽는 문화의 장이 되었다.
대산이 1990년대 설립한 대산농촌재단, 대산문화재단, 교보교육재단 등의 공익재단은 교육과 문화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도록 하기도 했다.
대산의 열정은 아들인 신창재 회장에게 물려졌다. 신창재 회장은 새로운 길을 개척한 대산의 뒤를 이어 더욱 체계적인 후원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신창재 회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26년간 이끌어왔다.
신인 작가 발굴 및 번역 사업으로 한국 문학 알린 신창재 회장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최대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운영하며 역량 있는 신인 작가들을 발굴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왔다.
재단이 진행하는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사업은 박경리, 황석영, 이승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한국문학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 사업을 통해 그동안 번역된 작품은 무려 520편, 해외 출판된 작품은 310편에 이른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국 출판도 재단이 지원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처음 그룹 경영을 이어받지 않겠다며 경영권 승계를 거절했었다는 신창재 회장.
문학 및 기업 문화 발전을 이끈 공로로 여러 수상 받아와
"국민교육진흥과 민족 자본형성이라는 회사 창립 이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신용호 회장의 당부에 시작했지만 아버지와 같이 문학을 사랑하는 경영자로서 사업을 이었다.
짧은 글귀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민들에게 큰 울림과 위안을 주는 광화문의 명물 '광화문 글판'도 신 회장의 제안으로 더욱 전문적으로 변했다.
2000년부터 시인, 소설가, 언론인, 카피라이터 등이 참여하는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회'가 운영된 것은 모두 신창재 회장의 아이디어. 많은 이들에게 시심(詩心)을 불러일으키며 시의 가치를 나누고 있다.
그의 인본주의적 경영이 널리 알려진 덕일까. 신창재 회장은 지난 2017년 1월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시인협회로부터 명예 시인으로 추대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천하는 교보생명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학 및 사상 교류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수훈했다.
2014년 생명보험사 CEO로는 처음으로 기업을 건실하게 이끌고 기업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제29회 경영학자 선정 경영자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은 신창재 회장.
그가 이번에 은관문화훈장을 수훈받게 될 수훈식은 오는 24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故 정지용 시인과 故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 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됐고, 신창재 회장을 비롯해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조흥동 대한민국예술원 부원장 등이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앞장서 실천한 신용호 창립자의 이념을 물려받은 신창재 회장의 앞으로 활동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