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공채 필기시험서 시중 문제집 그대로 베껴 출제해 취준생 우롱한 KB국민은행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좌) 뉴스1, (우)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전국 7개 도시 17개 고사장서 KB국민은행 필기시험 진행총 120개 문항 중 '10개 문항' 시중 문제집 그대로 베껴 출제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KB국민은행이 이번에는 공채 필기시험에서 시중 문제집을 그대로 베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KB국민은행 필기시험 총 120개 문항 중 시중에 발간된 문제집 10여개의 문제가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출제된 사실이 수험생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공정성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말이던 지난 13일 서울과 경기, 대전, 광주, 김해, 대구, 부산 등 7개 도시 17개 고사장에서 KB국민은행 공채 필기시험이 일제히 치러졌다.


이날 KB국민은행 공채 필기시험은 오후 2시부터 3시 40분까지 100분간 진행됐고, 과거 공채 때보다 많은 약 1만 4천여명의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찾아 응시했다.


지난 8월에 열린 금융권 공동 취업박람회 당시 모습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채용비리로 '홍역' 겪은 KB국민은행…이번엔 필기시험 '발목'청와대 청원글에도 등장하며 필기시험 공정성 제기


지난해 '채용비리' 논란으로 호된 질타를 맞은 바 있는 KB국민은행이 공정성 시비가 붙지 않도록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직업기초능력, 직무수행능력, 상식 등 시험을 도입함에 따라 치러진 필기시험이었다.


문제는 필기시험 끝난 직후 수험생들 사이에서 시중 문제집에 수록된 문제 10여개가 그대로 출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공채 필기시험의 공정성에 시비가 붙었다.


실제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 모임 커뮤니티와 SNS상에서는 이와 관련된 증언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청원글까지 올라온 상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국민은행 필기시험에 출제된 문제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들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된 문제였다"며 "심지어 문제, 지문, 보기, 답 모두 다 똑같이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에 열린 금융권 공동 취업박람회서 면접보고 있는 수험생 모습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전문 외주업체에 필기시험 출제 맡겼다가 '불똥' 튄 KB국민은행긴급회의 소집…사고 경위 파악 및 대책방안 논의 


누리꾼은 그러면서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며 "시중 문제집의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것이 과연 시험의 공정성이 있는건가"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주말 필기시험을 응시한 수험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KB국민은행 필기시험 120개 문항 가운데 최소 6개에서 최대 10개 문제 지문과 보기 등이 그대로 출제됐다.


논란이 일자 KB국민은행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공채 필기시험 출제를 전문 외주업체에 맡겨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KB국민은행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필기시험 10개 문항, 시중 문제집과 유사한 사실 파악KB국민은행 측 "당황스럽고 취준생들에게 송구스러운 상황"


KB국민은행 측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필기시험 문제를 확인한 결과 시중에 나온 문제지 몇 군데에서 10개 문제가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필기시험 문제는 전문 업체에서 맡겨 출제한 것이라 (출제 당시) 직원들이 확인할 수 없었다"며 "(문제를 확인할 경우) 오히려 공정성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해 당황스럽고 취준생들에게 매우 송구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제 막 파악된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봐야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채용비리' 논란에 이어 필기시험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KB국민은행이 이미 뒤돌아선 취준생들의 불신을 어떻게 회복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