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먹는 피임약 여성 자살 위험 13% 높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먹는 방식의 여성 피임약(호르몬제제)이 자살 행동 위험을 13%(1.13배) 높인다는 분석이 발표됐다.


지난 16일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선재·김현창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여성 2만7천67명을 대상으로 피임약 복용이 자살 생각 및 자살 시도에 미치는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국제기분장애학회(IISAD)가 발행하는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15%(4천67명)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했는데 이 중 19.9%(812명)가 피임약 복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자살 생각이나 시도가 없었던 여성 가운데에서는 이 같은 비율이 15.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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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요인,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피임약 복용 자체로 여성의 자살사고 및 행동이 13% 정도 더 높아지는 것으로 봤다.


또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기존에 우울증이 있었던 여성들이 피임약을 오래 복용할수록 자살 충동 위험이 더 커지는 연관성도 확인했다.


지난해 외국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먹는 피임약과 자살 행동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앞서 덴마크 코펜하겐의대 연구팀은 50만명의 여성을 8년여 동안 살핀 결과 피임약 복용 이력이 있는 경우 자살 위험과 자살 시도 위험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각각 3배, 1.97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미국정신과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를 통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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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해당 연구를 통해 어린 나이에 피임약을 복용할수록 자살 관련 위험이 더 커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위험도는 15∼19세가 2.06배로 가장 높았으며 20∼24세 1.61배, 25∼33세 1.64배 등이었다.


먹는 피임약이 이처럼 자살이나 우울증 위험도를 높이는 이유는 이들 약물이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관련 신경전달물질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이 명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연구에서는 여성 생식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작동성 신경전달이 감소하고, 자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연관성을 제시한 적도 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에 의사가 피임약을 처방할 때 해당 여성이 우울증이나 자살 시도 이력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