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재계에서 소문난 사랑꾼이 있다.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완납해 '납세왕'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세아그룹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부사장의 러브스토리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4세인 그는 큰 누나 이은성이 주선해준 소개팅 자리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소개팅 자리에 나온 여성은 다름 아닌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첫째 딸 채문선(당시 27)씨다.
두 사람 모두 외모가 훤칠해서일까. 이 부사장과 채 씨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만남을 이어갔다.
교제를 이어가면서 두 사람은 소문난 '재계 커플'이 됐다. 그리고 2013년 7월 이 커플은 1년 열애 끝에 화촉을 밝혔다. 유명한 재계 커플이 '부부'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결혼 후 두 달만에 막대한 상속세 납부하기로 결정한 이태성 부사장
두 사람이 결혼을 올린 해는 이태성 부사장의 아버지인 고(故)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이 영면에 든 해다.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별세로 인해 이 부사장과 채 씨가 결혼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이 전 회장은 칠레 해외출장 중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로 향년 67세의 나이에 타계했다.
선대 회장이 작고하면서 이 부사장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 최대주주가 됐다.
막대한 자산 상속도 받았다. 당시 이 부사장이 어머니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회장과 세 누나와 함께 상속받은 자산은 3,800억원에 달했다.
상속재산이 큰 만큼 세금 부담도 컸다. 가장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이 부사장은 1,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이 부사장에게도 1천억원대에 달하는 상속세는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상속세를 전부 납부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연부연납을 신청한 달은 2013년 9월. 결혼을 올린지 딱 두 달 후다.
아버지와 할머니 있는 애경그룹 아닌 매일유업 평사원으로 입사한 채문선 씨
부부는 닮았다는 말이 있듯 이 부사장처럼 채 씨 또한 정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에서 유학생활을 한 채 씨는 한국에 돌아와 매일유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애경그룹이 아닌 유제품 전문 회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것도 평사원으로 말이다.
채 씨가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는 제대로 된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 씨는 2013년 1월까지 매일유업에서 근무를 하다 같은 달 1월 21일부로 애경산업 마케팅부문 마케팅 기획파트 과장으로 발령받고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가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해도 이들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해다.
미국 유학이라는 공통분모
이들 부부의 비슷한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은 모두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이 부사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언론을 전공했고 중국 칭화대학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채 씨는 예술 명문 중학교인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유학 생활이라는 공통분모는 이들이 친해질 수 있는 계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비슷한 부분은 또 있다. 채 씨처럼 이 부사장도 처음부터 가업을 잇진 않았다.
이 부사장은 포스코 중국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세아홀딩스 전략기획팀에 입사했다.
'아내 바보'로 알려진 이태성 부사장
아쉽게도 이들 부부의 디테일한 러브스토리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재계에 따르면 이태성 부사장은 웬만한 연예인 버금가는 외모와 고운 성품을 가진 채문선 씨밖에 모르는 '아내 바보'로 전해진다.
7살 연하인 아내 채 씨와 열애를 한 뒤 백년가약까지 맺은 이태성 부사장은 지난 2014년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 부사장과 채 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장인어른인 채 총괄부회장의 애정을 듬뿍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채 총괄부회장 집무실에는 손자 사진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만큼 손자 사랑이 각별한 셈이다.
한편 이태성 부사장은 이달 초 상속세 1,500억원과 이자 200억원을 합친 1,700억원을 모두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 후 지속적으로 성실하면서도 정직하게 상속세를 납부한 이 부사장. 이 부사장의 이러한 행보는 그가 속한 세아그룹 또한 '착한 기업'으로 기억케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평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