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를 쫓아가기 버거워 고용 인력을 줄이는 등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도 모자라 침체된 내수경기가 도무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소상공인이 영위하던 사업 영역에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 또한 깊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유통력'을 가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들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 소상공인으로서는 쉽게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기존 소상공인들이 영위하던 영역에 침투한다는 것은 이들의 '생계'와 '생존'을 위협하는 꼴이다.
실제 소상공인들은 "수십여간 매달려온 일인데, 대기업 때문에 순식간에 망하게 생겼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결국 대기업들이 항상 외쳐왔던 '상생'은 허울만 있을 뿐이다.
골목상권 침해로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한 것이 알려져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였던 기업들을 추려봤다.
1. CJ프레시웨이
"20년간 배선카에 전념해 온 회사의 운명이 어느 한 대기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배선카에 사활을 걸었던 소기업 명세 CMK 김종섭 대표는 지난달 1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CJ프레시웨이가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배선카는 병원 등에서 사용되는 배식 카트를 말한다.
당시 김 대표는 대기업인 CJ프레시웨이가 연간 40억원 규모에 불과한 배식카 시장에 진출하면서 영업이익이 주는 등 기업 경영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CJ프레시웨이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자신들 때문에 소기업의 매출이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
CJ프레시웨이 측은 "소기업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을 가지고 매출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우리는 올해 시장에 진출했다.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2. 뚜레쥬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제과 제빵 브랜드 뚜레쥬르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곤욕에 휩싸인 바 있다.
CJ푸드빌 뚜레쥬르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 중심에 선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대한제과협회가 골목상권 침해라고 반발하면서 뚜레쥬르의 골목상권 침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지난 2016년 11월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인근에 뚜레쥬르 매장을 열었다.
뚜레쥬르 매장이 오픈한 곳에서 불과 430m 거리에는 중소제과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뚜레쥬르가 들어서면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인 것.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제빵 프랜차이즈들은 신규 점포를 낼 때 인근 동네 빵집과 500m 이상 떨어지라고 권고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CJ푸드빌은 자신들이 입점한 곳이 적합업종 권고를 받지 않는 상권이라 주장하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 파리바게뜨
SPC그룹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뜨도 뚜레쥬르와 비슷한 맥락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중심에 섰다.
파리바게뜨 골목상권 침해 및 보복 출점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8월이다.
파리바게뜨는 계약을 해지하고 뚜레쥬르로 간판을 바꿔단 가맹점주의 새 매장 바로 옆 건물에 신규 매장을 나란히 오픈해 '보복 출점' 논란이 일었다.
점주가 파리바게뜨와 계약을 해지한 이유는 심플했다.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았기 때문.
게다가 2년 후면 점포 리뉴얼을 해야 해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이었던 만큼 점주는 파리바게뜨와 계약을 해지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파리바게뜨는 자사와 계약을 해지한 점주가 운영하는 매장 인근에 파리바게뜨를 출점했다. 그것도 불과 5m 채 떨어지지 않는 거리에.
타격은 불 보듯 뻔했다. 당시 피해를 본 점주는 "파리바게뜨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가급적 뚜레쥬르로 옮겨갈 생각은 말라는 공지가 내려왔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4. 유진그룹
레미콘 사업을 집중적으로 하는 유진그룹은 건설자재 관련 마트 개장에 나섰다가 골목상권 침해 주자가 됐다.
지난해 한국산업용재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베어링판매협회 등의 단체는 유진기업의 대형산업 용재마트 오픈은 주변 상권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수만 명의 동종업계 종사자를 거리로 내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존권이 걸린 만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단체들에게 힘이 돼주기도 했다. 중기부는 유진그룹에 산업 용재마트 개점을 3년 연기하라는 사업조정권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유진그룹은 이에 불복, 중기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6월 결국 유진그룹 계열사인 이에이치씨가 '에이스홈센터'를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