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운명의 날이 밝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면세점 사업 재개를 청탁하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석방 여부가 오늘(5일) 결정된다.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30분 중법정에서 신 회장의 국정 농단 관련 뇌물 공여 사건과 경영 비리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원래 뇌물 공여 사건과 경영 비리 사건은 각각 따로 수사를 받고 따로 기소됐지만 신 회장의 요청에 따라 병합됐다.
운명의 날…70억원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과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혐의(뇌물 공여)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508억원의 부당한 급여를 지급하고,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이 운영하던 유원실업 및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주는 등 회사에 778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경영 비리)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각각 따로 진행된 1심에서 경영 비리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뇌물 공여 혐의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법조계는 신 회장이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뇌물 공여 혐의와 경영 비리 혐의를 함께 받고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징역 14년에 벌금 1천억원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한 검찰
앞서 검찰은 8월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 알짜배기 영업을 일가가 일방적으로 빼먹는 범행이 다시는 나올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며 징역 14년에 벌금 1천억원과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반면 롯데그룹은 1심과 달리 새로운 정황들이 나온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 수석이 신 회장에게 먼저 만남을 제의했고, 1심과 달리 신 회장과 면세점 사업권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이다. 또 신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장관의 진술 역시 허위로 밝혀졌다.
신 회장 측도 뇌물 공여 혐의를 거듭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대통령 지원 요구에 응했다는 게 전부다. 적극적·명시적 청탁을 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현장에서 대가 관련 언급을 한 것도 아니다"며 "나아가 우리가 그 자리에서 피고인 자리에 있었다면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답답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 비리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행위는 소극적 행위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지난 재판에서 이 사건은 유죄가 된다고 해도 신 회장은 집행유예 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공으로 과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풀려날 경우 롯데그룹 경영 정상화…반대의 경우 '위기'
만약 신 회장이 이날 집행유예 또는 무죄로 풀려나면 즉시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총수 부재'로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로, 이 경우 국내외에서 10여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신규 채용 등 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벌써 7개월이 넘은 '총수 부재' 상황은 더욱 장기화, 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은 또 '올스톱'이 되게 된다.
특히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면세점은 지금보다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관세청이 신 회장의 뇌물 혐의가 법정에서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만약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가 취소되면 롯데면세점의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직원 1,400여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신 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만약 검찰의 구형을 재판부가 받아들인다면 롯데그룹의 '위기'는 장기화되고, 심할 경우 총수 교체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는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등의 선고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