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인천공항공사(인천공항)가 10여년 동안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이용객 사은 행사, 조형물 설치 사업 등의 사업 비용 약 287억원을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 내 사업 비용 '약 287억원'을 면세 사업자들이 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사 갑질에 이은 공항 갑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인천공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은 행사 등 인천공항 내 사업 비용 '약 287억원'을 면세 사업자들이 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천공항은 이용객 사은 행사 성격인 '공동 프로모션 사업'을 진행하면서 연평균 32억원에 달하는 사업비의 80%를 면세 사업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공항 갑질'을 해왔다.
'공동 프로모션 사업'은 면세 구역을 '에어스타 애비뉴'라는 명칭으로 브랜드화 하는 것으로, ▲계절별 인테리어·디자인 통일 ▲형장식물 설치 ▲이벤트·광고·홍보 등이 사업의 주 내용이다.
인천공항은 연평균 32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20%'만을 부담해왔다.
인천공항 입장에서는 돈을 크게 안 들이고 행사를 치를 수 있고 덕분에 면세점 매출이 늘면 임대 수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면세점 임대료는 매출액에 비례한다.
인천공항 내부에서도 이 사업과 관련 '삥 뜯기'라는 표현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은 연평균 32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중 '20%'만을 부담
이 의원에 따르면 2012년 실시된 내부 특정 감사 보고서는 "면세 사업자들이 공사(인천공항)를 갑을 관계로 보면서 불이익을 우려한다"며 "비용 분담은 '삥 뜯기'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또 "면세 사업자들은 이미 매출의 40%를 임대료로 내고 있어 추가 부담을 재고해야 한다"며 "흑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공사가 비용 전부를 부담할 능력과 명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감사 이후에도 인천공항의 '삥 뜯기'는 계속됐다.
감사 직후인 2013년 면세 사업자는 총 사업비의 80.9%를, 2014년에는 77.7%를 냈다. 2015년의 경우 면세 사업자 부담 비율은 96% 이상에 달했다.
2017년 제2터미널 구축 때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인천공항 내부에서도 이 사업과 관련 '삥 뜯기'라는 표현이 나와
당시 인천공항은 면세 구역 대형 랜드마크 조형물 설치 사업 제작비 총 21억 중 15억을 면세 사업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면세점 입찰 당시 제안 요청서에 입찰자들이 조형물 설치 비용을 포함한 계획안을 제출하게 하고, 이를 평가해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면세점을 대상으로 한 인천공항의 갑질은 입점 업체 간 가격 경쟁을 위축시켜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며 "이는 전형적인 갑질 문화로,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교통부는 책임 있는 감독 기관으로서 감사에 나서 이번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중 은행에도 수백억원대의 기부금 강요
한편 26일 인천일보는 인천공항이 시중 은행에도 수백억원대의 기부금을 강요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제1·2터미널에서 영업하는 시중 은행에 ▲자전거 도로 건설비(50억원) ▲스카이 페스티벌 찬조금 ▲인천 하늘고 찬조금(30억원) ▲3단계 사업비 1조원에 대한 저금리 대출 등을 강요했다.
특히 인천공항 임직원들이 대출을 받을 경우 저금리 적용 약정을 통해 일반 고객과 다른 대우를 받도록 해 "도를 넘어선 갑질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