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부지 안에 들어선 故 이병철 회장 묘지삼성물산, 오너 일가 대신 무상으로 묘지 관리해 논란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삼성물산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부지 안에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묘지를 만들어 무상으로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건희 회장 대신 묘지 관리는 물론 임대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자 삼성물산은 부랴부랴 오너 일가와 임차계약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4일 KBS 1TV '뉴스9'는 삼성물산이 삼성 오너 일가 대신 임대료도 받지 않은 채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의 묘지를 관리해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부지 안에는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아놓은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정돈된 조경수와 연못…사실상 거대한 정원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
울타리 너머로는 정체모를 넓은 정원이 조성돼 있었고 정원 한 가운데는 묘지 하나가 덩그러니 모셔져 있었다.
도대체 누굴 모셔놓은 곳이길래 이토록 거대한 정원이 조성돼 있었던 것일까. KBS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묘지의 주인공은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으로 확인됐다.
묘지 앞에는 故 이병철 회장의 동상이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 정원 한쪽에는 삼성 오너 일가가 지낼 수 있도록 영빈관까지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인 셈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오너 일가 대신 경비와 조경 등 관리를 맡아왔다.
故 이병철 회장 묘지 설치자는 이건희 회장묘지와 동상, 영빈관까지 포함하면 규모만 5㎡
故 이병철 회장의 묘지는 지난 1987년 조성됐다. 당시 관할 관청은 묘와 상석, 비석 자리를 합쳐 499㎡(제곱미터)만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현재 에버랜드 부지 내 조성된 故 이병철 회장의 묘지와 동상, 영빈관 등까지 포함했을 때 그 규모만 무려 5만㎡는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소유주는 삼성물산이었고 땅의 용도는 유원지였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는 "1987년 11월 23일자로 허가가 난 게 있다"며 "설치자는 이건희"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무상 사용 물론 관리비까지 삼성 계열사서 묘지 관리비 부담관계자 "삼성에스원이 경비 업무-에버랜드 조경 사업팀이 조경 담당"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묘지를 조성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삼성 오너 일가가 돈 한 푼도 내지 않고 회사 소유의 땅 일부를 가족묘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 측이 삼성물산에 토지 임대료를 내야함에도 불구하고 무상 사용은 물론 관리비까지 전적으로 삼성 계열사 차원에서 부담하고 있었다.
삼성물산 노동조합 관계자는 "삼성에스원이 경비 업무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조경이나 묘역 관리 역시 에버랜드 조경 사업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뉴스는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한 결과 30년 동안 최소 110억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이건희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회사 땅 무상 사용…업무상 배임죄 적용 가능삼성물산, 뒤늦게 "향후 비용 문제 처리 검토"
여기에 경비와 조경 등 관리 비용까지 더할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남근 변호사는 "회사에 이익에 반해서 특정 개인의 묏자리를 회사 땅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삼성물산은 뒤늦게 이건희 회장 일가와 임차 계약을 추진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묘지 설치와 관리에 대해 (이건희 회장 일가와 회사 간) 상호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비용 문제 처리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