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닭 사육 농가를 상대로 생닭 매입 가격을 고의로 낮게 책정하는 '꼼수'를 부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하림이 닭을 살 때 당초 계약과 달리 매입 금액을 낮춰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판단, 하림에 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하림은 업계 관행일 뿐 '꼼수'가 아니라고 억울함을 표하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사료값 많은 농가 고의로 누락
지난 20일 공정위는 국내 1위 닭고기 생산업체 하림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50여개 농가와 사육계약을 하면서 생계 가격을 책정할 때 93개 농가를 누락했다.
하림이 누락한 93개 농가는 출하량에 비해 사료값이 많이 들어가거나 출하실적이 있는 재해를 입은 곳이다.
즉 생계의 가격을 높이는 농가를 제외해 생계 가격을 낮게 책정, 농가 전반에 불이익을 준 것.
하림이 농가에 돈을 주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하림이 농가에 병아리와 사료를 '외상'으로 준다.
농가는 병아리를 닭으로 키운 뒤 성장한 닭을 모두 하림에 되판다. 이때 하림은 '외상'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생계 대금'으로 농가에 지불한다.
생계대금은 일정기간 동한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산정하는데, 약품비와 사료, 병아리 원가 등이 반영된다.
쉽게 말해 출하량에 비해 사료가 많이 들어가면 생계대금이 높아지고, 하림이 농가에 지불해야 할 금액도 높아진다.
이에 공정위는 "생계 가격이 낮게 적용된 건수는 총 2,914건으로, 총 출하건수 9,010건의 32.3%에 해당한다"며 "하림이 동일 행위 반복 우려가 있고 농가의 피해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과징금 7억 9,800만원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하림 "계약사육 농가와 합의된 사항…공정위 처분 억울"
하지만 하림 측은 이번 공정위의 처분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생계매입 금액을 책정할 때 사료비가 많이 들어가거나 출하실적이 있는 농가를 제외시키는 것은 이미 계약사육 농가들과 합의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림 측은 입장문을 내고 "변상농가의 사육성적을 모집단에서 제외하는 것은 계약사육 농가들과 합의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회사가 이익을 챙겼거나 농가들에게 불이익을 주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농가들도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확인해줬는데도, 이 같은 처분이 내려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억울해했다.
관행에 따라 대금을 책정한 것이며, 농가와 함께 꼼수와 갑질이 아니라고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하림 측 주장의 골자다.
공정위로부터 사실상 무혐의 처분받은 AI 보상금 편취 의혹
다만 공정위는 하림이 지난 2014년 계약농가의 AI(조류인플루엔자) 살처분 보상금 정산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보상금 일부를 편취했다는 신고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초 하림과 계약관계가 없고 AI 살처분 피해농가 당사자가 아닌 전혀 상관없는 제삼자의 신고와 일부 정치권의 주장으로 공정위 조사가 이뤄졌다는 게 하림 측의 설명이다.
하림은 "오해가 온전히 불식된 만큼 앞으로 농가 상생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닭고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더욱 매진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