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 A군의 학급은 학교 건물 정 가운데 위치해 있다. 하지만 빙 돌아가야 한다. 학교 규정 상 중앙 계단으로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A군은 묻는다. "'왜'냐고 물으면 선생님들은 교칙이니까 따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대체 왜 그런 건가요?"
비단 A군 개인의 일이 아니다. 위 사례와 같이 중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있어 인권침해 요소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사단법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전국 200개 중·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후원 하에 학생들이 체크리스트를 직접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의 학생생활규정에는 인권침해 요소가 여전히 상당했다.
조사 결과, 특정 물품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고 교사가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학교는 전체의 91.0%(182곳)에 달했다.
학생이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게 하거나 등교 후 제출하도록 한 학교는 89.5%(179곳)였다.
특히 학생은 학교 건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중앙계단으로는 다니지 못하게 하며 학교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학교도 각각 32.5%(65곳), 4.0%(8곳)로 나타났다.
그밖에 두발 등 외모 규정을 두는 학교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인 규정 수준을 벗어나 학생들의 인간관계까지 제한하는 학교도 상당수였다. 전체 조사 대상 학교 중 71.5%(143곳)가 이성 교제 등 인간관계를 생활규정으로 제한했다.
학생끼리 의견을 모으거나 모임을 하는 것을 선동이나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학교는 35.5%(71곳), '본분에 어긋나는 일' 등 객관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학생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한 학교는 81.5%(163곳)였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참교육학부모회는 "표본 수가 적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이번 조사 결과가 학생 중심의 학교생활규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