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감전 사고로 팔 잘린 하청 업체 노동자 외면한다는 보도에 한전 본사가 내놓은 입장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PD수첩 전파 탄 후 '한전 갑질' 국민청원까지 등장한전 측 "강매 아니다…협력 업체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반박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하청 업체에 공구를 강매시키며 일용직 노동자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산 한국전력공사가 입장을 내놨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PD수첩'에는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이라는 제목의 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날 PD수첩은 협력 업체라는 이유로 공구를 강매시킨 한국전력공사의 실태를 고발했다.


영상은 2만 2,900V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만지며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비췄다.


직접 활선 공법으로 다치고 죽는 노동자들…하청 업체 소속이라 처우 개선도 어렵다


현재 한국은 전기를 끊지 않은 무정전 공법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직접 활선 공법'과 '간접 활선 공법'의 방법을 병행하고 있다.


MBC 'PD수첩'


안전 작업자가 공구를 착용한 채 직접 전선을 만지는 '직접 활선 공법'은 언제나 위험천만한 상황을 유발한다.


최근 8년간 작업 노동자 19명이 사망했고, 71명이 화상 및 사지 절단 등의 중상을 입었다. 이들 대부분은 하청 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여서 처우 개선이 어려운 상황.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배일섭 노동자도 고압 전선을 직접 만지다 왼쪽 귀와 눈을 잃었다.


배씨는 "(직접활선공법) 그 공법으로 인해서 많이 다치고 있다"며 "그런 공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안전 실태를 지적했다.


MBC 'PD수첩'


폐지하겠다더니 왜 아직도?…간접 활선 공법 쓰이는 스마트 스틱 실용성 없다


지난 2016년 한전은 직접 활선 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업체에서 해당 공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PD수첩은 이에 대해 간접 활선 공법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간접 활선 공법을 이용하게 되면 2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착용한 안전 장구 또한 모두 수입품이라 몸에 맞지 않고 품이 커 사고 위험을 더욱 증가시켰다.


MBC 'PD수첩'


하청업체에 부담 떠넘기기 의혹 일은 한전


한전은 여기에 드는 비용을 하청 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장에 투입되는 한전의 하청 업체들은 직접 활선 공법을 이용하고 있지만 간접 활선 공법에 쓰이는 스마트 스틱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하청업체 대표는 스마트 스틱이 너무 무거워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청 업체들은 한전이 '애물단지' 스마트 스틱을 강매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전이 스마트 스틱의 구매 사실을 업체마다 일일이 확인했다는 것이다.


해당 방송이 나간 후 한전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쏟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전의 갑질을 고발한다'는 등의 청원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절차대로 했다는 한전…"강매 아냐, 입찰 자격요건으로 지정했을 뿐" 


한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6년 해당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간접 활선 공법을 도입했지만 선로와 지역 여건에 따라 차이가 있어 직접 활선 공법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오는 2021년까지는 간접 활선 공법을 전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스마트 스틱 강매 의혹에 대해서는 "강매가 절대 아니다"라며 "간접 활선 공법을 도입함에 따라 공구를 보유하도록 입찰 자격요건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연초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한전은 "다만 일본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 협력 업체에서 사들이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며 "현재 스마트스틱의 국내 생산을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하청 업체의 사고에 대해서는 "한전은 발주처로서 협력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이고 상대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의 안전 절차에 관해서 물어보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도급자의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업체에 문의하기 바란다"며 답을 피했다.


한전은 또 관리 감독이 소홀하다는 비판에 대해 "도급비 2천만원 이상의 공사에는 외주 감리단을 보내고 현장 감독을 위해 안전 관리원을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