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물품을 소유하는 대신 함께 쓰고 경험한다는 '공유경제'가 확산하면서 렌털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집과 자동차, 가정용품 등을 무조건 '내 것'으로 만들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함께 쓴다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대기업도 각종 공유경제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추세다.
시작은 누구보다 화려했던 '프로젝트앤'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인 2016년 9월, SK플래닛의 '프로젝트앤'은 국내 최초 패션 대여 서비스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려하게 렌털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객이 국내외 유명 명품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다양한 신상품을 둘러보고 취향에 맞게 빌려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일정 금액만 내면 마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듯 마음에 드는 옷과 가방을 골라 쓰고 언제든지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어 초반에는 인기를 끌었다.
가격 또한 한 달 기준으로 1벌씩 4회 이용 시 8만원, 2벌씩 4회 이용 시 13만원 선으로 꽤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모바일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전국 어디든 상품을 배송해 준다는 점 또한 큰 장점으로 꼽혔다.
그렇게 프로젝트앤은 론칭 6개월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패션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는가 싶었다.
금세 사라진 반짝 인기…올해 5월 서비스 중단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반짝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년 반 정도 프로젝트앤이 서비스되는 동안 가입 회원은 40만 명에 달했지만 이용권 판매 건수는 3만 3천여 개에 불과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앱 사용까지는 가닿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SK플래닛은 올해 3월 "오는 5월부터 회사 내부 사정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계속된 신상 업데이트로 인한 운영비 부담
의류 렌털 서비스의 일인자를 표방하며 호기롭게 시장에 등장한 프로젝트앤은 왜 초라한 성적표를 끝으로 다급히 마무리해야 했을까.
업계에서는 SK플래닛 측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큰 비용 부담을 떠안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계속해서 고가의 새로운 패션 상품을 매입해 대여 목록에 넣어야 하니 운영 비용이 많이 들어갔던 것.
패션 사업의 특성상 한 달만 지나도 '신상' 목록에서 제외되다 보니 새로운 고객이 늘어나는 속도가 상품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SK플래닛, "회사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한 것 뿐"
이와 관련해 SK플래닛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프로젝트앤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서비스인데 회사 입장에서 장기적 투자에는 부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젝트앤은 회사 내에서 아주 중요한 사업이었다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는 취지가 강했다"며 "SK플래닛이 주력으로 삼는 11번가 위주로 더욱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집도, 자동차도 모두 빌려 쓰는 세상. 그렇지만 옷을 빌려 입는 사업은 아직 국내에서 시기 상조였던 것일까.
국내 패션 시장에서 O2O 사업 영역을 새롭게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던 SK플래닛의 프로젝트앤은 결국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시장에서 조용히 사라져야 했다.
한편 SK플래닛은 지난해 9월 모바일 화물정보망 서비스 '트럭킹'을 개시 1년 만에 철수했고, 로드숍 패션 O2O서비스 '시럽스타일' 운영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