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삼성물산 사표 던지고 아동복 차려 '150억 투자' 받은 하버드대 출신 엄친딸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


[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사양 산업이라던 '패션' 스타트업 CEO의 길을 걷게 된 이가 있다.


아동복 제조·유통 스타트업 'CMI파트너스'를 설립하고 15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은주 대표 얘기다.


이은주 대표의 원래 꿈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그는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글을 좋아하던 '문학소녀'였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가 두각을 보인 분야는 과학이었다. 고등학생 때 전국 과학경시대회에서 각종 상을 수상한 그는 문학을 뒤로하고 국내 최고 과학 기술 대학 '카이스트'에 입학하게 된다.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그는 세계 3대 경영 컨설팅 그룹으로 손꼽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했다.


이 곳에 근무하던 시절 그의 연봉은 2억원에 달했다. 회사의 지원으로 하버드대 MBA 과정도 밟을 수 있었다.


MBA를 마친 뒤 그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연봉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지만 국내 산업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과감하게 이직을 결정했다.


제일모직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은주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상하이법인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었다.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


그러나 이후 이은주 대표는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제일모직 상하이법인에 근무하면서 그는 '동대문·남대문'을 중심으로 한 한국 패션산업 경쟁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은주 대표가 창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다.


그러나 한국 시장이 작아 특유의 경쟁력이 묻히는 게 안타까웠다고 이은주 대표는 회상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라면 한국 패션이 통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창업 준비를 할 때부터 이 대표는 중국 아동복 시장을 노렸다. 아동복 시장은 성인 의류 시장보다 경쟁이 덜 치열해 벤처기업에게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


지난 2015년 이은주 대표는 마침내 CMI파트너스를 설립해 '리틀클로젯' 브랜드를 출범했다.


그러나 그간 그의 이력과는 대조적으로, 창업 후에는 고생의 연속이었다. 중국 유통 관계망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결국 그는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중국 노점상들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사무실 책상을 벗어나 직접 발품을 팔기로 결심한 것이다.


생산을 요청해도 공장으로부터 퇴짜를 맞거나 이름 없는 작은 스타트업 업체인 탓에 직원도 구해지질 않는 등 이은주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


직접 발품을 팔아 한국 동대문, 남대문 시장을 전전해야 했을 뿐 아니라 매일 새벽부터 현장을 돌고 밤에는 기획을 해야 했던 그는 늘 피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 대표는 마침내 지난해 중국 최대 아동 용품 기업 '하오하이즈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CMI파트너스는 하오하이즈 그룹으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았으며 해당 자금은 내년까지 중국에 '리틀클로젯' 매장 100곳을 여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 이미 리틀클로젯 매장 3개를 개점해 150종류의 아동복을 판매하고 있다. 리틀클로젯은 입점한 백화점, 쇼핑몰 아동층에서 현재 월 매출 1위를 기록중이다.


뿐만 아니라 CMI파트너스는 지난달 4개 벤처캐피탈(VC)로부터 총 5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


패션 계통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탈로(VC)부터 50억원 규모 이상의 투자를 받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패션 분야가 워낙 경쟁이 치열해 VC들이 주목하지 않는 탓이다.


CMI파트너스는 이번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세련된 디자인, 높은 품질력을 갖춘 국내 아동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 유럽, 미주 등의 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표다.


올해 안에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아동복 온라인 플랫폼을 또 론칭할 예정이다.


이은주 대표는 과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과학을 선택했듯 지금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거래처 확보, 투자 유치, 사업 방향 설정 등에 집중할 예정이다.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며 추진력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이은주 대표. 


탄탄대로 '엄친딸' 인생을 살다가 스타트업 세계에 뛰어들게 된 이은주 대표가 앞으로 글로벌 패션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진 제공 = CMI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