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신문 배달부터 행상까지 안해 본 일 없어생활비 위해 중학생 때부터 일 시작한 양진호 대표
[인사이트] 김지혜 기자 = 시장 뒷골목에서 리어카 장사를 하다가 액세서리 가게를 창업해 연매출 700억 대박을 터뜨린 CEO가 있다.
시내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액세서리 프랜차이즈 업체 '못된고양이'를 창업한 양진호 대표 이야기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양진호 대표는 중학생 시절부터 돈이 되는 일이라면 안해본 일이 없었다. 신문을 돌리고 우유를 배달하거나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행상을 다니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이사하기 좋은 날인 '손 없는 날'에는 학교도 나가지 않고 이삿짐을 날랐다. 당시 이삿짐센터 일당은 2만원이었다. 하루에 두 탕을 뛰면 5만원까지 벌 수 있었던 셈.
신문 배달 월급과 거의 맞먹는 액수였으니 그로서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화단 관리·연탄 갈기·잔디 깎기·변기 뚫기 알바군 제대후 모래내시장 뒷골목서 리어카 장사 시작
대학교 기계설계과 재학중엔 근로장학생으로 일했다.
당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그는 화단을 관리, 연탄 갈기, 장화 신고 잔디 깎기, 변기 뚫기 등 현재 용역업체에서 할 법한 일을 도맡아 했다. 그에게 방학은 사치였다.
이후 군 제대 후인 1991년 양진호 대표는 서울 남가좌동 모래내시장 뒷골목에서 리어카 장사를 시작했다.
학창시절 흔한 추억 하나 쌓을 겨를도 없이 어린 나이에 세상 물정에 눈을 뜨게 된 그에게 장사는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양진호 대표는 회상했다.
장사를 시작한 이후에도 그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해가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명동의 후미진 건물 5층서 '못된고양이' 시작연매출 700억에 전국 120여개 매장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성장
그렇게 리어카에서 시작한 액세서리 장사는 이후 종로 에서 8년, 그 뒤 명동에서 8년 장소를 옮겨가며 계속됐다.
그리고 2008년 마침내 양진호 대표는 '못된고양이'를 창업했다.
시작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명동의 한 후미진 건물 5층에서였다.
처음 고작 책상 4개로 시작했던 회사가 100억, 200억 조금씩 매출이 올라가며 승승장구하더니 이제는 연매출 700억에 전국 12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액세서리 프랜차이즈 업체가 됐다.
못된고양이, '가성비' 넘치는 가격이 경쟁력양진호 대표 "정품이 아니라면 절대 팔지 않는다"
'못된고양이'는 특유의 '가성비' 넘치는 제품들로 인기를 끌었다. 매장은 싸게는 1천원, 비싸도 1만원을 넘지 않는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못된고양이'의 성공에는 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고 제품화를 해내는 양진호 대표의 안목도 큰 몫을 했다.
액세서리의 유행이 빨리 바뀌는 탓에 양진호 대표는 공장에 재주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대량생산 역시 당연히 하지않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고 있다.
또 양진호 대표는 정품이 아니라면 절대 팔지 않는다. 제품에 대한 신뢰가 '못된 고양이'가 장수할 수 있는 또다른 경쟁력 중 하나라는 그의 소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 CEO 양진호 대표'할 일 없으면 장사나 하라'는 말이 가장 싫어
양진호 대표는 '할 일 없으면 장사나 하라'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장사다.
그는 장사도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며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구도 처음부터 바로 성공할 순 없기 때문이다.
'흙수저' 출신에서 안해본 일 없이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성공을 이뤄낸 양진호 대표.
그가 일궈낸 '못된고양이'가 앞으로도 시내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