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권태기 연인에게 '사랑' 감정 샘솟게 해주는 인생 로맨스 영화 '어드리프트'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연애를 여러 번 하다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회의적이 된다.


반복된 이별로 오는 상처들 역시 처음엔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회복, 점점 무뎌진다.


헤어진 다음날에도 '보통날'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스스로를 보며 '진짜 사랑이 있긴 한걸까'라는 생각을 해보나, 이 역시 부질없는 감정 소모라는 것을 알기에 금세 그만 둔다.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한 20대 중후반·30대 초반의 사람들. 시계 추처럼 반복되는 지겨운 만남에 '사랑', '연애'에 지칠 대로 지쳤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를 보면 다시 '사랑'에 대해 고찰하게 된다.


사랑, 정말 위대한 감정인데, 속는 셈 치고 다시 한번 믿어볼까 하고..


 드넓은 바다에서 '사랑' 덕분에 죽다 살아난 주인공.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천국의 섬'이라 불리는 타히티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여자 '태미'(쉐일린 우들리 분)와 훈남 '리처드'(샘 클라플린 분)의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린다.


이는 태미 올드햄 애쉬크래프트가 직접 겪은 일을 영화화한 것으로, 태미 올드햄 애쉬크래프트가 1998년 쓴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 '슬픔의 붉은 바다'(Red Sky in Mourning: A True Story of Love, Loss and Survival at Sea)라는 책을 원작으로 한다.


타히티에서 만난 태미와 리처드는 요트를 미국 샌디에이고로 옮겨달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고, 6500km에 달하는 긴 항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남태평양 한복판에서 무시무시한 허리케인이 이들의 요트를 집어삼키고, 태미와 리처드는 예상치 못한 큰 부상을 당한다.


안타깝게도 리처드는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이에 태미는 자신과 사랑하는 리처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망망대해에서 41일간 홀로 고군분투한다.


 재난 영화, 로맨스 영화 좋아하는 '남녀' 모두에게 통한다.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 호불호가 안 갈린다는 것이다.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극한의 상황에서 '사랑'의 힘으로 살아남은 태미의 이야기를 그리는 로맨스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 경외의 대상인 '바다'다.


태미는 반파된 요트에 표류,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보여주며 남성 관객에게 어필한다.


채식주의자던 태미가 살아남기 위해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무거운 돋을 홀로 세우는 희생적인 모습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로맨스 물을 꺼리던 남성까지 매료시킨다.


 재난 영화에서 '발암' 유발하는 여성의 역할이 바뀌어 신선하다.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대체로 재난 영화에서 여성은 수동적이고 나약하게 표현된다.


뻔하지만 남성 주인공은 위험에 빠진 여성 주인공을 구하러 가다 함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태미는 다르다. 그는 진취적인, '걸크러쉬' 넘치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태미는 거친 바다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남자친구 리처드를 구한다.


남녀 역할이 바뀐 설정이 어색하지 않고 신선하며, 그간 답답했던 뻔한 클리셰를 깨줘 통쾌하기까지 하다.


 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해 감동이 두배다.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리처드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태미 "아니,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추억 또한 없었겠지"


"우리는 곧 죽을 거야"라며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태미에게 리처드는 "(나와)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태미는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리처드와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태미는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사랑을 해본 것, 그 하나로 만족하고 있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태미의 실제 이야기는 관객에게 진한 여운과 감동을 준다.


현재도 태미는 영화처럼 살고 있다. 태미는 나이가 많이 들었음에도 리처드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여전히 항해를 계속 하고 있다.


 근데 솔직히 '주인공발' 있었다··· 그리고 교차 편집 아쉬워 몰입 어려웠다.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영화 '안녕, 헤이즐'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쉐일린 우들리와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이었던 샘 클라플린이 출연한다.


배우 이름만으로도 쌀쌀한 가을에 보기 좋은 달달한 로맨스물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멜로물을 좋아하는 이들은 '믿고 보는' 주인공 이름을 보고 바로 예매했을 것이다. 물론 연기 구멍이 없어, 배우 이름을 보고 영화 감상을 결정했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뚱맞은 교차 편집이 몰입을 심각하게 방해하니 주의해야 한다.


영화 상영 내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태미, 리처드의 모습과 바다에서 눈물나게 죽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삶을 포기하려는 초췌한 주인공을 보고 눈물을 흘리다가도, 뜬금없이 나오는 과거신 때문이 감정선이 여러 번 깨진다.


영화 장면을 똑똑하게 구성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에 허를 찔린 기분이다.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


하지만 이 점만 빼면, 영화 정말 볼만하다. 


평점도 5점 만점 중 3.7점 정도 주고 싶다.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이 미친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미친 사랑'을 하는 것뿐이라는 교훈을 주며, '사랑'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래서 '사랑, 다시 믿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에 여러 번 실패해 더 이상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지 않는 연약한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더 이상 표류, 방황하지 말고 '진짜' 사랑을 기다리라고. 언젠간 당신에게도 태미같은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실제 영화 속 주인공 /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