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늘씬하고 마른 모델을 기용해 소비를 조장하는 쇼핑몰과 달리 '66사이즈' 옷을 취급하며 쇼핑몰 업계 1위에 등극한 육육걸즈.
10대, 20대 여성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쇼핑몰 '육육걸즈'는 16살 앳된 소녀의 사고에서 비롯됐다.
연 매출 500억원에 달하는 유명 쇼핑몰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는 25살이다.
'쇼핑몰엔 왜 마른 모델을 위한 옷 밖에 없을까?' 단순한 생각이 창업 아이템 되다
지난 2007년, 중학교 3학년이던 박 대표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 문득 "왜 쇼핑몰은 모두 날씬한 모델과 44, 55치수 옷만 취급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제생활도 시작하지 않은 중학교 3학년,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자본금 10만원을 가지고 구제 옷 쇼핑몰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시작단계부터 어려웠다. 사업자 등록을 하려는데 나이가 너무 적어 퇴짜를 맞았다. 박 대표는 어머니와 함께 세무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당당히 사업자 등록에 성공했다.
이후 구제 옷을 떼와 쇼핑몰에 저렴한 값에 판매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이같은 일을 3년 넘게 하자 월 매출이 3~4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루 2시간 자며 미친듯이 발로 뛰어다닌 박예나 대표의 열정
충분히 성공한 셈이었지만 박 대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첫 구상 아이템인 '육육사이즈 쇼핑몰' 창업에 몰두했다.
그는 잠을 아껴가며 서울과 전주를 오갔고, 1년간의 준비 끝에 비로소 2012년 지금의 육육걸즈가 탄생했다.
사업 초기에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박 대표는 일주일에 두 번 서울 가는 날을 정해 동대문과 남대문을 돌며 옷을 떼왔다.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동대문 시장을 돌고 두 시간 찜질방에서 눈을 붙인 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남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그 결과 육육걸즈는 첫해 100억원의 매출을 내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연매출 500억원, 회원수 80만명에 달하는 대표 온라인 쇼핑몰로 거듭났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대만 번역체로 페이지를 번역해 수출한 것이 매출 급증의 요인이었다.
K스타일에 관심 많은 일본, 중국 등에서 단골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8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게 된 박 대표지만 아직까지도 피팅과 촬영을 직접 지휘하며 실무를 손에 쥐고 있다.
박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사진과 코디 등 그 쇼핑몰만의 분위기를 놓치면 다른 곳과 비슷해질 수 있어 아직도 모든 일을 직접 챙긴다"고 했다.
가난했던 어린시절, 자신과 같은 어려움 겪는 아이들 위해 꾸준히 기부 실천
박 대표의 열정은 찢어지게 가난해 미술학원 한 번 다녀보지 못했던 그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됐다. 횟집을 하던 박 대표의 가족은 가게 뒤편에 딸린 골방에서 지냈다.
가족을 도와 설거지를 하며 어린날을 보냈던 박 대표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날마다 간절하게 살았다.
수백억의 매출을 자랑하는 쇼핑몰 CEO가 된 지금, 그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모교인 전북여고에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박 대표의 이름을 딴 '예나 장학금'은 공부를 잘 하지 않더라도 성실히 학교에 다니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전북여고에는 박 대표가 낸 3천만원의 기부금으로 '예나정'이라는 정자까지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1억원 이상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명단에도 전북 최연소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악바리' 근성 하나로 성공한 사업가 반열에 오른 그의 이야기는 많은 청년사업가에게 귀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