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 후 '메뚜기 알바' 하는 청년들

뉴스1


메뚜기 알바로 버텨야 하는 대한민국 청년들


[인사이트] 이소현 기자 = #1.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김정수(21, 대학생) 씨는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만 하루에 7시간씩 총 14시간 근무를 한다.


매장 점주에게 더 일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장은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일에는 호프집에서 알바를 하는데 이곳에서도 저녁 시간에 3시간만 '메뚜기 알바'를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사진=인사이트


#2. 평일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 서예원(25, 취업준비생) 씨는 '월, 수, 금', '화, 목,' 등으로 쪼개진 근무 시간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예원 씨는 "취업 준비에 돈이 많이 들어서 평일 풀타임 근무를 찾고 있는데 요즘은 그런 자리가 많이 없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 자영업자들이 잇달아 알바생을 줄이고 있어 좋은 일자리로 소문 나면 금새 직원을 구하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 지급…시간 쪼개기 '꼼수'의 속사정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하면서 요즘 청년들은 알바 할 곳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시간 쪼개기' 알바 자리여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


이처럼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영세자영업자들이 적은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일이 흔해졌다.


지난해에 이어 2019년도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올랐기 때문이다. 2년 사이에 무려 27%이상 올라 알바생에게 월급을 주고 나면 정작 주인은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는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들고 일어난 자영업자들 / 사진=인사이트


상인들 "최저임금 올라도 너무 올라...죽으라는 소리냐?"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도 최저임금(10.9%) 인상으로 내년부터 점주들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지난해 463만 7,000원에서 514만 2,000원(53.3%)으로 껑충 오른다. 


최저임금을 불과 2년만에 27% 이상 오르게 되자 영세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정말 죽으라는 소리냐"고 항의하고 있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꼼수 아닌 꼼수'를 쓸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 지출비'를 줄이는 것으로 인건비를 아끼고 있다. 


상인들은 "편법이고 꼼수라서 솔직히 부끄럽지만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하겠다"고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그나마 메뚜기 알바 자리도 없어요"


노동법에 의하면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영세상인과 자영업자 입장에서 고용 인원이 늘어나면 부담이 커지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근무 시간을 잘게 '쪼개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메뚜기 알바'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나왔다. 결국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아르바이트생이다. 


목돈을 벌기 위해 단기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주휴수당을 못 준다는 자영업자들 때문에 오전에는 편의점, 오후에는 PC방을 전전하며 '메뚜기 알바'를 하게 됐다.


'주휴수당 받을 생각이라면 고용이 어렵다'며 으름장을 놓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Gettyimages


최저임금 상승 부작용, 소득주도성장론에서 비롯돼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기게 됐다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는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담겨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소득 분배율을 높여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기조로 경제학 이론 중 하나다. 소득이 증가하면 절로 소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올해 한국 경제를 돌아보면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 고작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사진=인사이트


특히 실업자수는 무려 113만명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청년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소득은 어떨까. 지난달 통계청은 2·4분기 2018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2·4분기)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32만 4,900원이었다. 


사진=인사이트


서민 삶은 더욱 팍팍해졌는데…靑 소득주도성장만 고집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소득 최상위 20%(5분위) 가계 명목소득은 913만 4,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 셈이다. 


최근 폭등하는 부동산 물가에 집 없는 서민들은 '아파트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쪽방촌 / 사진=인사이트


소득주도성장론 실패 여론 확산…정책 변화 시급


경기 침체와 양극화가 심화되자 무턱대고 임금을 높일 게 아니라 분배 격차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득 증가'와 '경제 성장'의 개연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경제학자들의 말이 대한민국 현실에서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정부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마저 보고서를 내고 "최저임금이 크게 높아지면 고용감소 외에도 임금 질서 교란 등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경고하는 실정이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대통령이 여론에 귀 기울이고 소통에 나서야


현실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청와대는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흔들림 없이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 직속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소득'을 늘려서 경제를 성장 시키겠다는 정부의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은 '최저임금 대란'과 국민적 반발만 일으키고 있다. 


오죽했으면 영세 상인들까지 거리에 뛰어나와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까 싶어 안타깝다.


누구보다 소통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가 민심에 귀 기울이고 여론에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