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사과한다고 해놓고 질의응답 없이 자리 떠난 삼성 김기남 사장 '진정성' 논란

기흥사업장 '사망사고' 사과문 발표 후 자리를 떠나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 뉴스1


긴급 기자회견 시작 5분만에 기자회견장 빠져나간 김기남 사장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사고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불의의 사고를 당한 직원과 그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기남 DS부문장(사장)이 사과문 발표 자리에서 질의응답도 없이 자리를 떠나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김기남 사장은 지난 5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사업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유출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단상에 오른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는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하지만 이런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사업장 전경 / 사진제공 =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은 "다시 한번 사고를 당한 직원들과 가족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이뿐이었다. 김기남 사장은 사전에 준비해온 사과문을 낭독하고 긴급 기자회견 시작 5분만에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이 김기남 사장에게 추가 궁금사항 등을 질문했지만 김기남 사장은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김기남 사장이 기자회견을 빠져 나간 후 남아 있던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 이승백 상무와 서동면 전무가 취재진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것이 전부였다.


기흥사업장 '사망사고' 사과문 발표 후 고개 숙이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 뉴스1


김기남 사장의 반쪽짜리 사과문…'사고 발생-늑장 신고' 반복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김기남 사장의 긴급 기자회견 사과문이 정말로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가는 대목이다.


실제 김기남 사장의 사과문이 '반쪽짜리 사과문'이라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하면 늑장 신고로 수년째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도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2013년과 2014년에 삼성전자 사업장의 유해물질 유출 사고 때도 역시 늑장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삼성은 매번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앞으로 신속하게 한다고 했지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이 있다면 책임도 져야한다"고 말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소방기본법 제19조에 따르면 화재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서 등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망사고처럼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늑장 신고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늑장 신고에 대해 한번이라도 강력한 처벌과 제재가 내려졌다면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망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은 기흥사업장에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