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황성아 기자 =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세련된 색감으로 신용카드에 혁신을 입혀 새 카드 역사를 쓴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정 부회장은 사실 한순간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것이 아니다. 그는 "원래부터 튀는 사람"이었다고 지인들은 말한다.
1960년생으로 올해 59세인 그는 정경진 종로학원 설립자의 장남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카드부문장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5세였다.
한 여자만 바라보다가 결혼까지 골인한 정 부회장과 정명이 부문장 사이에는 딸 정유미, 정유진, 아들 정준 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한 정 부회장은 이후 현대차그룹 사위 중에서는 유일하게 현대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재벌가에 장가갔음에도 그는 입사 전까지 가성비 좋은 토요타 자동차를 탈 정도로 소탈하고 겸손한 인물로 꼽힌다.
1987년 현대종합 상사 기획실에 입사한 그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를 오가며 금융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해 업계, 그룹 내에서 인정을 받았다.
지난 2003년 10월 정 부회장은 장인어른의 부탁을 받고 현대카드로 옮겼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위인 정 부회장에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한 번 살려보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입사했을 당시 현대카드는 적자만 2조원에 달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변화 없이는 흑자전환이 어려운 상태였다.
카드사 직원들은 현대카드에 '회사 직원들만 쓰는 카드'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현대카드는 업계 점유율 면에서 꼴찌로 유명했다.
근면 성실, 창의력,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정 부회장은 고민 끝에 카드에 과감한 도전을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로 카드에 색, 디자인, 정체성을 입히는 것이었다.
정 부회장은 블랙과 실버, 골드 색상 신용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레드, 보라, 그린 색상의 카드를 선보였다. 또 색상에 맞춰 소비 패턴, 소비자 타겟층도 구분했다.
열정을 상징하는 레드는 '성공'을 대표해 3040 직장인을 겨냥한 카드로 만들어졌다.
보라색은 귀족적인 분위기를 준다고 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전문직이나 기업 임원들에게 발급됐다.
최근에 발급된 더 그린 카드는 '마이 뉴 럭셔리'라는 주제를 삼아 해외로 자주 여행을 가는 젊은 층 상대로 출시됐다.
그린카드의 색상은 자유분방한 삶을 뜻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틀에 벗어나 과감한 시도, 창의력을 뽐내며 카드계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은 정 부회장.
재벌가 출신 아내와 결혼했음에도 일반 사원처럼 회사 일에 전념하는 모습,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
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그의 변신, 파격 행보에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