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윤혜경 기자 = 서울시 모처에서 스타벅스 파트너로 일하는 이지은(24, 가명) 씨는 오늘도 한숨을 쉬며 새로운 머그잔을 꺼낸다.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매장 내에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드시고 가는 손님은 그대로지만, 그 고객들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수 없는 만큼 이씨의 손은 늘 분주하다.
게다가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스타벅스 특성상 깨끗이 씻어놓은 머그잔은 저마다 각기 다른 음료를 품은 채 손님에게 제공되기 바쁘다.
그가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정신없이 주문을 처리하고 나면 어느새 가득했던 머그잔 여분은 금세 동나고 만다.
잠깐 숨을 돌리며 매장 한편에 비치된 서비스 테이블을 바라보면 손님이 놓고 간 머그잔이 가득히 놓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씨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설거지를 할 걱정에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잡고 서비스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겨 설거지 거리를 한 가득 가지고 계수대 쪽으로 돌아온다.
그때였다. 설거지를 하던 이씨의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머그잔이 깨지고 말았다.
갑자기 매장 쪽도 소란스럽다. 이씨처럼 손님도 머그잔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 씨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머그잔을 꺼낸다.
자원재활용법 시행 이후 이씨처럼 울상을 짓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스타벅스는 '머그잔' 때문에 남다른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도난'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취식 고객에게 다회용 컵인 머그잔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고 있다.
고객에게 잠시 제공하는 것인 만큼 머그잔에는 '매장용 머그입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이는 손버릇이 나쁜 일부 고객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듯하다. 꾸준하게 머그잔이 '도난'되는 곳이 상당 있으니 말이다.
이는 텀블러를 비롯해 머그잔 등 각종 스타벅스 MD가 대란을 낳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카페에서 머그잔을 훔치는 모습을 봤다는 누리꾼들의 목격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환경을 위해 고객에게 '무상'으로 잠시 제공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도난과 관련해 스타벅스는 일일이 집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인사이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일일이 집계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다"면서도 "가끔 도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난 방지책이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 회사로서는 고객에게 머그잔을 권유하는 게 우선으로, 도난은 지금 당장 큰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음료를 구매한 가격에 '머그잔' 가격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무심코 가져간 머그컵도 '절도'에 해당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